'IOC 선수위원 후보' 오른 유승민 "약소국에 희망 주는 역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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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33)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후보자로 선정됐다.

대한체육회는 13일 'IOC 선수위원 후보자로 유승민을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체육회는 지난 6일 IOC 선수위원에 지원한 유승민, 진종오(36·사격), 장미란(32·역도)을 심사한 뒤, 13일 제10차 선수위원회를 열어 유승민과 진종오를 복수 후보자로 선정했다. 체육회는 '언어수준, 후보적합성, 올림픽 참가 경력 및 성적 등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회의 직후, 문대성 선수위원장(현 IOC 선수위원)은 김정행 대한체육회장과 논의를 거쳐 유승민을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삼성생명 탁구 여자팀 코치를 맡고 있는 유승민은 2000·2004·2008·2012년 통산 4차례 올림픽에 참가했다. 특히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는 남자 개인 단식에서 왕하오(중국)를 꺾고 금메달을 따 '만리장성' 중국의 벽을 무너뜨렸다. 유 코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딴 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단체전 은메달에 기여했다. 그는 '직전 올림픽 또는 당해 올림픽에 참가한 자'라는 IOC의 선수위원 후보 자격을 갖춘 상태다.

유승민은 지난달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오래 전부터 IOC 선수위원 도전을 생각해 왔지만 최근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결심했다"면서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펜싱 신아람의 1초 오심 사건과 축구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 등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외교적으로도 강한 나라가 돼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그에 걸맞게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승민은 "아직 행정가 경험은 없지만 주변에서 많은 조언을 받고 있다. 한번 밖에 없는 기회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내겐 의미가 크다"면서 "스포츠 변방국에 좀 더 관심을 갖는 선수위원이 되고 싶다. 약소국의 목소리를 대변해 스포츠를 통해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내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문대성 현 IOC 선수위원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끝으로 임기(8년)가 끝나 새 위원 배출을 노리고 있다. 각 NOC(국가올림픽위원회) 당 한 명만 가능한 IOC 선수위원은 총 15명으로 구성되며, 올림픽 개최지 선정 등 일반 IOC 위원과 동등한 권한을 갖는다. 체육회는 다음달 15일까지 IOC에 유승민을 공식 추천한다. IOC는 최종 후보자 명단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촌 개촌 2개월 전에 발표하고, 올림픽 기간 선거를 실시해 폐회식 전에 4명의 선수위원을 최종 발표한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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