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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유승민 공격?…“아군 진지에 대고 ‘혀탄’ 쏟아내는 일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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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재선·전남 순천곡성) 최고위원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과 관련, “어디에다 대고 공격을 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아군의 진지에 대고 입에서 혀로 쏘아대는 탄환, ‘혀탄’을 쏟아내는 일들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다.

이 최고위원은 “지나치게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막말을 쏟아낸다든지 흥분되고 격분된 발언을 통해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군을 매도하고 국민적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것은 군의 전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 군은 신중하고 철저하게 조사를 해서 북한 소행이라는 확신이 설 때 이를 발표하고 대응 조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우리 정치권이 지나치게 논란을 벌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 신중하지 못한 언동이 많이 있어서 참으로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발언을 마친 뒤 다시 마이크를 잡은 이 최고위원은 “‘혀탄’을 혀 설(舌)자, ‘설탄’으로 바꾸겠다”고 정정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사에는 때가 있는 법”이라며 “지금은 아군 진지에 혀탄을 쏘아댈 상황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군 수뇌부가 우왕좌왕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군을 공격하게 되면 야전에서 고생하는 장병들은 지휘관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며 “(군의) 사기 진작시키고 내용을 지켜보고 때가 되면 그 때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하나하나 분명하게 짚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전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지뢰 도발 사건 이후 국방부의 청와대 보고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보고 시점 등을 따지면서 비판한 의원은 새누리당의 유승민 전 원내대표였다. 그래서 당 내에선 “이 최고위원이 유 전 원내대표를 타깃으로 삼은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한민구 국방장관을 상대로 “지뢰 도발을 해서 하사 두 명이 중상을 입은 다음날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회담을 제안하고, 정신 나간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4일 지뢰 도발이 발생하고 나서 북한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았으면 즉시 국방부와 통일부 등 유관부서들이 사건의 의미를 생각했어야 한다”면서 “청와대 NSC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냐”며 청와대도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발언이 유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소문과 관련해 “특정 정치인과의 말다툼으로 밖에 받아들이지 못하냐”며 부인했다. 그러곤 “저는 (지금은 군의 사기를 생각해야 할 때라는) 그런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은 기자 lee.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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