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최영건 부총리 총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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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로 최영건(63·사진) 내각 부총리가 지난 5월께 총살 처형됐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들이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대북 소식통은 12일 “최 부총리가 김 위원장의 산림녹화 정책 추진에 불만을 표출해 총살을 당했다”고 전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된 4월 30일과 비슷한 시기에 최 부총리가 총살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북한의 경제통으로 2005년 개성공단 남북경제협력추진위 회의 때 북측 위원장을 맡았으며, 같은 해 서울·평양·제주에서 각각 열린 15~17차 남북 장관급회담에도 북측 대표로 참석했다. 2006년 북한 월간지 ‘조국’과의 인터뷰에서 “개성시를 남북 물류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며 남북 경협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던 인물이다. 동국대 김용현(북한학) 교수는 “최 부총리는 전형적인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라며 “김정은 체제의 핵심 인물은 아니지만 경제 실무에선 주요 역할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처형됨에 따라 남북 관계가 더 얼어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고려대 유호열(북한학) 교수는 “김 위원장에게 극단적인 충성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남 업무 담당자들이 목소리를 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6월 내각 부총리에 임명됐다. 당시 내각의 7번째 부총리였다. 이후 한두 달 간격으로 북한 관영매체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지난 10월 말 이후 자취를 감췄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2012년부터 강조해온 산림녹화 사업과 관련해 북한 실정에 맞지 않는 무리한 지시 사항이 떨어지자 최 부총리가 불만을 표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대북 소식통은 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었던 김근섭도 지난해 9월 공개총살 형식으로 처형됐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특별지시에 따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 주도한 수사에서 부패 혐의가 적발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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