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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해 북 GP 부수고 싶어 … 수만 배로 갚아주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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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4일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현장에 있었던 문시준(24·소위) 소대장은 “다시 그곳으로 가서 적(북한) GP(전방감시초소)를 부숴 버리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건이 난 뒤 정신 안정 치료를 위해 11일 국군 고양병원을 찾은 그는 당시 수색팀장이던 정교성(27) 중사, K3기관총 사수 겸 의무병이었던 박준호(22) 상병과 함께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6월 전방부대에 배치받은 문 소위는 수색대대에 파견된 상황이었다. 그는 폭발사건 직후 상급 부대에 의무 지원을 요청해 부상자 2명을 신속하게 후송해 초동 대처를 잘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군 당국이 10일 공개한 2차 폭발 당시 동영상 속 주인공들인 이들은 침착한 행동과 대처, 전우를 구하기 위한 응급처치 등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줬다. 수색팀장을 맡았던 정 중사에게 당시 상황을 들어봤다.

 -위급한 상황이었는데 경계와 후송이 빨리 이뤄졌다.

 “작전에 들어가기 전날 워(war, 전쟁) 게임과 예행연습을 한다. 우리 팀은 수색만 40번 이상 했고, 매복 작전을 펼친 횟수도 비슷하다. 수많은 예행연습과 워 게임을 실시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작전 코스에 대한 위험성과 적의 위협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 준비를 많이 한 상태였다. 대대에서도 교육을 분기별로 실시했다. 박 상병이 K3기관총 사수지만 역할을 잘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첫 폭발이 일어났을 때 북한의 공격이라고 직감했나.

 “수색 코스에 나서기 위해 (폭발이 일어난) 통문을 수없이 다녔다. 그렇기 때문에 이유 없이 폭발이 일어나진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작전에 들어갈 때 (북한) 공격에 대한 대비를 하고 투입한다. 폭발 직후 적에 의한 공격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대원들에게 소산(消散, 흩어지라는 뜻)과 은폐·엄폐를 지시하고 경계를 실시했다. (첫 지뢰를 밟은) 하 하사가 다친 뒤 ‘씨X 빨갱이들’이라고 외치더라.”

 이날 작전에 투입된 정 중사 등은 부대전술 훈련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기록한 이른 바 ‘톱팀(top team)’이다. 2009년 수색대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줄곧 최전방을 지켰던 정 중사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그들은 경황이 없었을 30여 분간 진행된 아비규환의 순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현장 상황은 어땠나.

 “첫 폭음이 들렸을 때 순간적으로 소산시켜야겠다고 판단해 ‘적 포탄 낙하’라고 외치고 나는 소통문 밖(북한 쪽)으로 곧바로 뛰어나갔다. 그냥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 하사가 절단된 왼쪽 다리는 철조망 아래, 오른쪽 다리는 철조망 위에 걸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더라. (두 번째 지뢰를 밟은) 김 하사가 내 좌측에 앉아 ‘부비트랩’이라 외치면서 전방경계를 하고 있었다. (혹시 북한군의 추가 공격에 대비해) 경계를 하면서 옆을 보니 (하 하사가) 피를 너무 많이 흘리더라. 김 하사에게 ‘(하 하사를) 빨리 빼내라, 빨리 조치해’라고 지시했다.”

 -부상이 심했나.

 “하 하사의 우측 다리에서 피가 너무 많이 흘러 개인용 구조킷으로 지혈했다. 김 하사에게 후방으로 옮기라고 했다. 잠시 뒤 2차 폭발이 있었다. 김 하사가 지뢰를 밟은 것이다. 순간 철조망도 안 보이고 사람도 안 보이더라. 잠시 뒤 김 하사가 쓰러진 모습이 보였다. 순간 밖으로 나와 김 하사 좌측 어깨를 잡고 후방으로 끌었는데 하 하사를 지혈하느라 손에 피가 묻어 있어 미끌거렸다. 김 하사 뒤쪽(목덜미)을 잡고 끌어 후방(둔덕 뒤편)으로 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김 하사의 우측 다리가 너덜거리더라. 박 상병과 함께 김 하사와 하 하사의 부상 부위를 치료하다 보니 들것이 도착했고 후송했다.”

 정 중사 등은 현장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어떤 식으로 수색작전을 펴는지에 대해선 보안상의 이유라며 답하지 않았다. 이들은 부모님들이 걱정하실까봐 한참 뒤에야 사건 발생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은 빨리 부대에 복귀하기를 희망했다. 박 상병은 “내일이라도 부대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수색대원으로서 맡은 임무를 끝까지 충실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소위는 “아군이 아픔과 고통을 느낀 만큼 수만 배를 갚아주고 싶은 마음밖에 없고, 기회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고양=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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