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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비상 중국 … 위안화 값 1.86% 기습 절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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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5개월 만에 깨진 코스피 2000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춘 탓에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11일 코스피지수는 5개월 만에 2000선이 깨졌고, 달러당 원화가치는 급락(환율 상승)해 3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시스]

경기 둔화와 수출 감소 우려에 중국이 기습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1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2298위안으로 고시했다. 전날(6.1162위안)보다 위안화 가치를 1.86%나 낮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994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강세가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해 기준환율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앞으로는 전날의 환율 마감 가격과 시장 주문 가격 등을 반영해 기준환율을 산출하겠다고 밝혔다.

 기준환율의 기습 인하로 11일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크게 떨어져 달러당 6.3238위안 선에 거래됐다.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중국은 위안화 환율의 일일 변동폭을 기준환율의 ±2%로 제한하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 절하에 아시아 주요국 환율도 흔들렸다. 원화 값은 전날보다 15.9원 떨어진 달러당 1179.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2012년 6월 5일(1180.1원) 이후 3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과 무역 거래가 많은 호주달러 가치도 장 중 한때 1.3%까지 떨어졌다. 위안화 가치 절하의 영향으로 코스피도 2000선이 깨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6.52포인트(0.82%) 내린 1986.65로 장을 마쳤다.

 중국이 이례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린 것은 위안화 강세로 인한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막기 위해서다. 지난달 중국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3% 줄었다. 블룸버그는 “7월 무역액이 전년 동기 대비 8.8%나 줄며 중국 정부의 위기의식이 한층 커졌다. 이대로라면 올해 목표로 정한 7% 경제성장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7월 신차 판매량이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 7.1% 하락하는 등 경기 둔화의 우려가 커지는 것도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하에 나선 이유다.

  WSJ는 “중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내리는 쪽으로 환율전쟁에 뛰어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미국과 중국 간 환율 갈등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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