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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확장보다 가기 쉽게, 쉬기 좋게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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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거대한 중앙분리대’. 폭 34m, 길이 557m의 광화문광장은 광장이라고 부르기엔 지나치게 길쭉한 모양과 10차로 도로 한가운데 자리 잡은 기형적 모습 때문에 2009년 조성된 이후 “중앙분리대와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 도심의 상징적 공간에 위치한 대표 광장임에도 제대로 그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접근성이다.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광화문광장은 신호가 바뀌는 것을 기다렸다 횡단보도를 건너야만 갈 수 있는 공간”이라며 “현 상태에선 길을 걷다가 넓은 광장이 나오고 광장에서 여러 갈래 다른 길들로 이어지는 유럽의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하기엔 무리”라고 말했다. 제해성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은 “좋은 광장이란 접근하기 쉽고 매력적이고 활력이 있어야 하는데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치명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접근성 문제는 광장의 고립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이은경 이엠에이건축사사무소장은 “인도와 단절된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교보빌딩 같은 주변 건물들과 열린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광장에서 쉬다가 서점이나 박물관에 들르고 또 나와서 광장 벤치에 앉아 쉬는 것 같은 동선이 가능할 때 비로소 광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석 교수는 “인사동길이나 가로수길이 재미있는 건 길을 걷다가 주변 건물들을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광화문광장은 특별한 행사가 없는 한 굳이 찾아갈 이유가 없는 섬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개선 방안으로는 시민 중심의 공공성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제해성 소장은 “시민의 편의라는 실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광장을 단순히 한쪽으로 확장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편안하게 걷고 쉴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후 한양대 도시대학원 특임교수는 “관이 주도해 세종로에 억지로 역사성과 상징성을 부여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정치적·행정적 접근이 아니라 공공성에 집중하는 관점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류중석 중앙대 사회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시민 100명 정도로 계획단을 꾸린 뒤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만 전문가들이 지원하면서 광장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교통량을 줄여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도심 차량들이 광화문으로 모여들었다 흩어지는 상황”이라며 “도심 한가운데를 이런 식으로 차량에 내주는 선진국의 수도는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나한 기자, 권혜민(고려대 경제학과) 인턴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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