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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 30만달러 수출 도운 대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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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포텐(잠재력)을 흔들어 깨운 시간이었죠.”

 김재중(26·건국대 국제무역학과)씨는 중소 문구 업체 ‘페이지온’의 국제 무대 데뷔를 도우며 보낸 최근 1년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씨를 비롯한 건국대 학생 5명은 지난해 9월부터 페이지온의 수출 대행을 맡아 30만 달러 규모의 수출 회사로 키운 공신들이다. 한국무역협회 GTEP(지역특화청년무역전문가양성사업단·Global Trade Experts Incubating Program)가 마련해준 장(場)에서 꿈을 펼친 결과다. GTEP는 무역협회와 24개 대학이 함께 양성한 대학생 무역전문가들이 중소기업을 발굴해 해외 진출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김씨 팀에게 페이지온은 아무리 봐도 ‘얘기가 되는’ 상품이었다. 회사이름과 같은 이 상품은 알록달록한 색지 위를 덮은 검은 잉크를 뾰족한 스틱으로 긁어내면 그림이 되는 아동용 미술 도구다. 회사는 창립된 지 4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자체 개발한 천연 재료로 일본완구협회 안전인증(ST마크)도 받아 아동용 상품으로 경쟁력이 있었다. 공장을 갖추고 생산도 스스로 했다. 하지만 수출 길을 못 뚫어 국내 유명 서점 두 곳의 문구 코너에만 납품하고 있는 게 전부였다.

 김씨 팀은 종합상사 역할을 해주겠다고 페이지온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공광식(44) 페이지온 기획실장은 “사실 몇몇 벤더들이 접근했지만 번번이 판이 엎어져 수출은 우리 길이 아니라고 체념한 상태였다”며 “그러나 김씨 팀은 몇 번이고 찾아와 나름의 해외시장 분석 자료와 계획을 펼쳐놓고 설득하는데 그 눈빛이 믿을만했다”고 말했다.

 믿음이 꽃을 피운 건 지난 1월 홍콩 국제 문구 전시회에서였다. 김씨 팀은 지난해 9월부터 300여 명의 세계 바이어들을 초청하며 전시회를 준비했다. 그로부터 7개월 뒤 페이지온은 30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김씨 팀은 한국에선 흔한 완구를 활용할 마케팅기법도 소개하며 관계를 맺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중동의 패스트푸드 체인 자스미스(jasmi’s)에 어린이 사은품으로 페이지온 10만 개를 납품하는 계약도 따냈다.

 9월 수료를 앞둔 이들은 지난 7일 ‘GTEP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김씨는 같은 팀이었던 이강(25·건국대 국제무역학과)씨와 함께 ‘잼잼 트레이딩’이란 무역회사도 만들었다.

임지수 기자 yim.ji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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