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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 혁명 '요리사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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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영국의 인기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29.사진)가 주도하는 '학교 급식 질 높이기 운동'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급식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잘 먹여주세요'(Feed Me Better)를 구호로 내세운 이 운동은 어린이들에게 "정크 푸드 대신 신선하고 좋은 음식을 먹이자"는 것이다. 현재 유럽에선 해마다 40만 명씩 어린이 비만 환자가 늘고 있다.

◆학교 급식 혁명가=올리버는 최근 끝난 채널4 TV의 '올리버의 스쿨 디너'프로그램에서 학교 급식 문제를 집요하게 다뤘다. 지난주 끝난 이 시리즈는 인스턴트 음식때문에 생기는 어린이 비만 등 소아 질병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 손으로 집어먹는 스낵에 길들여져 포크와 나이프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어린이가 늘고 있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식이섬유를 거의 섭취하지 않는 식습관 때문에 장이 막혀 구토하는 어린이 환자도 있다"는 의사의 인터뷰는 충격을 줬다. 방송 이후 14만 명 이상이 학교 급식 향상 운동에 서명했다. '잘 먹여주세요'라는 웹사이트(www.feedmebetter.com)도 생겼다.

올리버는 "웹사이트를 통해 학교 급식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토론도 벌이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는"이 운동이 제대로 이뤄지면 영국 최대의 음식 혁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인식 변화=토니 블레어 총리는 20일 이 운동에 대한 지지하며 "교육 예산을 대폭 늘려 급식 시설 현대화와 조리사 등 급식 관련 직원 재교육에 더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낮은 가격은 저질 급식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학교 급식 제공업체 모임 대변인은 "10여 년 전 정부가 학교 급식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꾼 뒤 급식은 건강.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상업 활동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급식 제공 업체들이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경쟁하다 보니 값싼 재료와 가공식품을 주재료로 하는 음식을 제공하게 됐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 국민이 학교 급식의 영양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한 것은 올리버의 승리"라면서"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이라고는 샌드위치밖에 없는 나라(영국)에서 올리버는 음식에 관한 대중의 인식을 바꿔놓았다"고 평했다. 한 영양학자는 "올리버의 인기와 지명도 덕택에 중요한 이슈가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제이미 올리버=식당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며 8세 때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요리 프로그램 '네이키드 셰프' '제이미스 키친' 등으로 인기를 모았다. '제이미의 편안한 요리' 등 그가 직접 쓴 다수의 요리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영국인의 13%가 그의 요리책을 한 권 이상 갖고 있을 정도다. 요리로 국위를 선양한 공로로 대영제국훈장도 받았다. '신선한 재료로 쉽게 요리해 즐겁게 먹자'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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