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결전 앞둔 신동빈의 핵심 3인, 이인원·황각규·쓰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최후의 결집을 위해 끌어모은 한국과 일본의 가신들은 지난달 ‘한·일 원(One) 롯데 원(One) 리더’에 앞장선 전문경영진이다. 이에 따라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세키가하라 전투’처럼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 부회장 사람들 간의 전선이 뚜렷해지는 형국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 전 부회장 주변에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셋째 남동생인 신선호(82) 일본 산사스 사장과 신영자(73)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인(69)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 친족이 있다면 신 회장 곁엔 한·일 양국의 전문경영인이 중심이 돼 포진해 있는 것이다.

 그중 핵심 역할은 황각규(60) 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맡고 있다. 신동주 쿠데타를 ‘일일 천하’로 묶은 것도 그가 주도한 일로 알려져 있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2)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은 신동빈 그룹의 일본 쪽 수장이다. 원래 금융권 출신인 그는 신 총괄회장에 의해 롯데에 몸을 담게 됐으나 사업 확장에 소극적인 성향을 보여 왔던 신 전 부회장과 사사건건 충돌을 빚어 왔다. 쓰쿠다 사장은 본지가 지난달 2일 단독 보도한 대로 신 회장에게 ‘원 롯데 원 리더’ 기치를 처음 내건 인물이다. 지난달 27일 쓰쿠다 사장과 함께 해고됐던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진 4명도 신 회장 측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룹 내에서 ‘리틀 신격호’로 불려 온 이인원(68) 부회장 역시 신동빈 회장과 한배를 탄 몸이 됐다. 1987년부터 24년간 신격호 총괄회장의 분신 같은 존재로 여겨져 왔지만 결국 신 전 부회장이 주장하는 ‘한국 롯데 해임 3인방’에 신 회장, 황 사장과 함께 포함되면서 신 회장 편에 서게 됐다.

 신 회장은 한국 내 주요 계열사 대표들을 다독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싸움은 결국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에 따라 결판이 난다. 신 회장의 한 측근은 “법적 효력이 없는 해임지시서를 남발하고 방송에 호소하는 것보다는 결국 ‘둬야 할 수’를 차근차근 두는 사람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아버지와 갈라선 뒤 지분 확보는 물론 조직원의 마음을 사기 위해 지난달 26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첫 출장을 떠나 홀딩스의 전 직원을 면담했다. 세키가하라 전투를 위해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다지겠다는 전략이었다. 신 회장은 지난달 28일 전날의 해임안을 무효행위로 규정한 뒤 안팎으로 우호 세력과의 결속 다지기에 나섰다. 자칫 기업의 신용도가 타격을 받아 향후 자금 조달이나 투자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은행과 증권사 측과도 활발히 접촉했다. 일본 롯데 관계자는 “의사결정 절차나 경영구조 등 경영체질을 선진화하고 투명화하겠다는 취지를 전했 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3일 귀국해 대국민 사과성명과 함께 본격적인 전투 준비, 내부 조직 결속에 나선다. 롯데그룹 내에서 ‘눈치 보기’와 ‘줄 서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내부 보고도 신 회장의 세키가하라 결전을 재촉하고 있다. 더 이상 사태를 장기간 방관할 경우 향후 조직을 추스르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신영자 이사장과 신동인 구단주 대행은 지난달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그룹 전·현직 대표 10여 명을 불러 장남인 신동주 체제 구축에 대한 협조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 관계자는 “신 이사장과 신 대행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주도적으로 지원하고도 마치 중립인 것처럼, 또 이번 일과 관련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재우·이수기 기자 jwsh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