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가까와? 가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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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조지훈의 '승무' 중 한 구절입니다.

윗 글에서 '고와' '서러워'는 '곱다' '서럽다'에서 변한 것이죠. 이들은 모두 ㅂ 불규칙 용언입니다. 그런데 하나는 뒤에 '와'가 붙고 또 하나는 '워'가 붙어 있습니다. 모음조화에 따른 것이라고요? 그럼 '아름답다'는 '아름다와'가 되어야 할 텐데 사전에는 '아름다워'로 돼있으니 어찌된 일일까요?

맞춤법 개정 전에는 ㅂ 불규칙 용언의 경우 모음조화 원칙에 따라 ㅂ 앞의 말이 'ㅏ, ㅗ'일 때는 '-와'가 붙고 그 외에는 '-워'가 붙었습니다. 즉 '가깝다'의 경우 ㅂ 앞이 '까'여서 'ㅏ'가 붙은 형태이므로 '가까와'로 쓰고, '즐겁다'의 경우는 ㅂ 앞이 'ㅓ'이므로 '즐거워'가 바른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모음조화에 맞춰 쓰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워' 형태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게 되자 개정 맞춤법에서는 '워' 형태를 기본으로 하고, '곱다'처럼 ㅂ 앞이 'ㅗ'로 된 외글자일 경우에만 '와'를 쓰도록 바꿨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와''가까와''괴로와'가 아니라 '아름다워''가까워''괴로워'가 바른 형태가 됐습니다. '돕다'의 경우는 ㅂ 앞이 '도' 한 글자이고 'ㅗ'로 이뤄져 있으므로 '도와'가 맞습니다.

하지만 '뽑다'는 ㅂ 앞이 한 글자고 'ㅗ'로 돼 있어도 정칙 용언이므로 '뽑아'가 바른 형태입니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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