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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노인, 60대 간병인과 숨진 지 1주일 넘게 방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출처]

홍콩에서 60대와 80대 노인 두 명이 숨을 거둔지 1주일 넘게 방치됐다 뒤늦게 발견됐다. 간병인이 먼저 숨을 거두자 돌볼 사람이 없던 84세 노인은 시신 옆에서 공포를 느끼며 숨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4세 남성이 26일 홍콩 틴수이와이(天水圍)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발견 당시 그는 휠체어에 앉은 채였다. 기력조차 없어 휠체어를 내려올 수도 없었던 것이다. 휠체어 옆에는 소변 주머니가 달려있었다. 84세 남성 옆에는 61세의 간병인이 침대에 누운 채 숨져 있었다. 이 간병인은 84세 노인의 사위였다고 SCMP는 보도했다.

사체 상태로 보아 84세 노인은 사망한지 1~2일, 61세 간병인은 사망한지 5~6일 정도 지난 것으로 추정됐다. 즉, 간병인이 먼저 숨을 거두자 돌봐줄 사람이 없던 84세 노인이 그 옆에서 공포를 느끼며 숨을 거뒀다는 설명이다. 간병을 했던 61세 노인은 아프리카에서 사업에 실패한 뒤 장인과 홍콩에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들이 살고 있던 홍콩 틴수이와이 지역은 전형적인 복지 사각지대다. 틴수와이 지역은 젊은이들의 수는 적고 노인들만 주로 살다 보니 고독사가 많아 '슬픔의 도시'라고 불린다고 SCMP는 전했다. 90년대에 지어진 신도시격인 틴수와이 지역은 공공임대주택이 많고 실업률이 높아 폭력과 자살이 많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4년에도 실업자 남성이 아내와 두 딸을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노인 고독사는 다른 나라 일만은 아니다. 지난 10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 빌라에서도 단둘이 살던 80대 자매가 숨지거나 탈진한 채 수일간 방치돼 있다가 뒤늦게 발견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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