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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게임의 룰 …‘의원수 늘리기’ 여론과 싸움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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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가운데)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5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혁신안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국회의원 정수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김상선 기자]

“‘김상곤 혁신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가 26일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를 공론화하자 의원들이 보인 반응이다.

 이날 혁신위가 발표한 5차 혁신안의 핵심은 내년 총선 때 소선구제(246명)를 유지한다면 지역구 의원수의 절반을 ‘권역별 비례대표’(123명)로 뽑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의원 정수(定數)를 확대해야 한다. 의원 숫자를 늘리는 데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국회 예산 동결’을 조건으로 달았다. 의원 수가 늘어나도 1인당 세비 등을 삭감해 전체 국회 예산은 늘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뜻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 정수 확대의 명분으로 김 위원장은 “유권자들은 지역주의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현 선거제도 아래에선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혁신위에 따르면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새정치연합 전신)은 부산 지역구 선거에서 31.7%를 득표했다. 그러나 지역구 의석은 2석(부산 의석의 11.1%)뿐이다.

 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예컨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의원 숫자를 123명으로 늘리고 수도권·영호남·충청·강원·제주권역별로 배정한다고 가정할 경우다. 영남권 전체에서 부산 지역구 득표율인 31.7%만큼만 득표하면 야당은 권역별 비례가 20명일 때 6명의 당선자를 낼 수 있다.

 이번 5차 혁신안에 대해선 비노 진영의 이종걸 원내대표조차 혁신위보다 더 나아간 ‘의원 정수 390명 확대론’을 펴면서 호응하고 나설 정도라 야당 내에서의 당론 채택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새누리당 속내는 복잡하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검토해 볼 수 있는 여러 방안 중 하나지만 기본적으로 의원 수를 늘리는 데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전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2012년 총선에서 여당이 광주광역시를 비롯해 전남북에서 얻은 득표율은 각각 5.54%, 6.33%, 9.64%였다. 영남에서 30% 안팎을 득표한 야당보다 저조해 섣불리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전체 의석에서 야당보다 손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도부가 아닌 일반 의원들 기류는 조금 다르다. 선거관리위원회 내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지역구 조정 결과(오는 10월 확정 예정)에 따라 지역구가 사라질 수 있는 ‘위기의 의원’들은 의원 정수가 확대되는 게 나쁠 게 없다는 계산이라서다.

 익명을 원한 영남권 의원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390석까지 확대를 외쳤는데 박수 칠 농어촌 지역구 의원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지역구를 줄일 수도 없고, 비례대표를 줄일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방법은 의원 정수 확대밖에 없다”며 “우리가 흐름을 주도할 필요는 없지만 야당이 제기한 걸 딱히 막아 설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인구수를 감안하면 의원 숫자가 적은 편이라는 얘기는 여야 모두에서 나온다. 실제로 국회의장 직속 선거제도개혁 국민자문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OECD 34개국 선거제도와 의원 정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의원 1인이 담당하는 인구수는 16만7400명으로 넷째로 많다. 국회의원 1인이 담당하는 인구수는 미국이 72만6700여 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이 26만5200명 정도일 뿐 아이슬란드 5100명, 영국 9만6300여 명, 프랑스 11만여 명, 독일 13만7200여 명 등 선진국 대부분이 한국보다 적다.

글=김형구·남궁욱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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