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 → 저성장 전환기에 사회 진출 … 삶의 현장서 빈부차 절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37호 10면

이번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상당하다는 걸 보여준다. 몇 가지 주목할 점을 꼽아보자.

빈부 갈등에 가장 민감한 30대 후반, 그들은 왜

 첫째, 전체 응답자의 68.5%가 빈부 갈등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다. 전통적인 이념 갈등(64.8%)이나 지역 갈등(51.5%)보다 높은 수준이다. 여기서 최근의 소득 불평등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다.

 둘째, 갈등 이슈에 따라 심각성에 대한 생각이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빈부 갈등의 경우 40대 이전 젊은층이 40대 이후 장년층에 비해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영호남 지역 갈등에 있어서는 40대 중반 이하 세대들이 노년층에 비해 덜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48.1%는 세대 갈등 역시 심각하다고 보고 있는데, 여기서도 20~30대 층이 더 두드러진다.

  세대에 따른 인식의 차이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서른 전에 진보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사람이고 서른 후에 보수가 아니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고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 다양한 사건과 교류를 경험하면서 생각은 바뀐다. 취업 현장에 들어서면 고용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육아와 교육 정책에, 그리고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연금·건강 등 노후 관련 정책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자기 세대의 이해에 따라 관심의 대상이 바뀌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는 이념·소득·지위 등 당사자의 능력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의 성장 경험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청년층이 경험하는 사회는 베이비부머로 대표되는 노년층이 과거 경험했던 사회와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노년층은 그리 풍족한 성장 환경을 갖지 못했지만 정부 주도의 급속한 성장을 체험했다. 나란히 어깨를 걸고 앞을 향해 전력 질주한 세대다. 더 나은 삶을 기대했고, 그래서 노력했다.

 반면 현재 청년층은 부모 세대가 이룩한 성장의 토대 위에서 비교적 풍족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와 저성장 속에서 취업난을 경험한 세대다. 따라서 경쟁에 익숙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을 띠면서도 성공이 자신의 노력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여기에 청년층과 노년층 사이에 낀 중간 세대가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급속히 전환한 시점에 사회에 진출했다.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인식과 기대의 편차 역시 매우 큰 집단이다. 예를 들어 빈부 갈등에 대해 30대 후반 세대가 두드러지게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데, 이들은 외환위기의 여파로 취업난과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또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빈부의 격차 심화를 최일선에서 체험했다. 학력 격차의 심각성을 가장 많이 느끼는 세대이면서 자녀들의 사교육 부담에 직접 노출돼 있다.

  30~40대는 걱정할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 세대다. 동시에 부모 세대보다는 자신이, 자신보다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란다. 조사 결과를 보면 5년 전보다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률은 낮지만 향후 5년 후의 삶이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기대하는 수준은 가장 높다. 이들의 희망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혜와 노력을 모을 때다. 30~40대의 삶에 대한 태도와 기대, 그리고 만족감이 다음 세대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금현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서베이연구센터장 hyunsk@snu.ac.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