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대가 만든 ‘총 쏘는 드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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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대학생 오스틴 호와트가 직접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플라잉 건’ 동영상. [유튜브 캡처]

비행 중 권총을 발사할 수 있는 드론(drone·무인항공기)을 만든 미국 10대 소년에 대해 미국 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21일(현지시간) 대학생 오스틴 호와트(18)가 연방항공규정 및 형사법규를 어겼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센트럴코네티컷대에 재학 중인 호와트는 지난 10일 유튜브 계정에 ‘플라잉 건’ 동영상을 올렸다. 14초 분량의 영상에는 프로펠러 4개가 달린 드론(쿼드콥터)이 호버링(hovering·공중에 정지한 채 비행하는 것)하면서 동체에 장착된 반자동 권총을 네 차례 발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플라잉 건’ 동영상은 22일 현재 22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호와트의 부친은 WFSB와의 인터뷰에서 “플라잉 건은 대학 지도교수와 함께 한 프로젝트였으며 아들은 어떤 위법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으로 미국 내에선 드론이 테러 등 살상무기로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톰 푸엔테스 전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플라잉 건은 불법으로 봐야 한다. 테러 목적이 아니더라도 무선조종장치의 범위를 벗어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지난 20일엔 독일 여객기가 미확인 드론과 충돌할 뻔한 일이 있었다. 승객 108명을 태우고 독일 뮌헨에서 폴란드 바르샤바로 가던 루프트한자 소속 여객기는 이날 바르샤바 인근 760m 상공에서 드론과 충돌할 위기를 가까스로 피했다. 폴란드 당국은 군·경찰 헬리콥터를 동원해 드론을 추적했지만 찾지 못했다. 폴란드 항공교통국 대변인은 “드론은 공항에서 3㎞ 떨어진 마을에서 날린 것이며 누가, 어떤 목적으로 띄운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값싼 고성능 드론이 민간에 보급되면서 각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드론 규제법안을 마련 중이지만 주로 사고예방과 사생활 침해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테러 등 무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규제를 하기엔 경제적 가치가 큰 탓이다. 미국 방위컨설팅업체 틸그룹은 2022년 드론 시장규모가 114억 달러(약 1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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