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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자 한 달 621회 접견 … ‘구치소 집사’ 된 변호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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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법무부 산하 서울구치소가 변호인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한 달에 수백 차례씩 구치소 접견을 해온 변호사 10명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요청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대한변협은 해당 변호사들을 품위손상 등으로 징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구치소는 올해 1~3월 사이 3개월 연속 월 접견 건수가 100건 이상인 변호사 가운데 미(未)선임 접견이 70% 이상인 변호사 9명과 미선임 상태에서 같은 수용자를 6개월간 100회 이상 접견한 변호사 1명의 명단을 변협에 통보했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J법무법인 소속 A(35) 변호사는 지난 3월 한 달 중 22일에 걸쳐 621건의 수용자 접견을 했다. 휴일을 빼면 하루 평균 30건 이상 접견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형사사건을 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접견 대기시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서울구치소로 출퇴근한 셈”이라며 "수감자들은 집사 변호사와의 접견을 핑계로 구치소 방보다 편한 접견실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한 달간 서울구치소에서 1473명의 변호사가 9908건(수용자 1743명)의 접견을 한 것에 비춰 보면 A 변호사 혼자 전체의 6% 넘는 접견을 한 것이다.

 변협에 통보된 변호사 10명 중 6명이 20~30대 여성 변호사였다. 이 중 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무법인에 취업한 첫날 구치소 접견을 가라고 지시를 받은 뒤 줄곧 접견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돈 많은 수용자들이 송무는 대형로펌에 맡기고 접견을 위한 ‘집사 변호사’를 별도로 쓰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중견 변호사는 로스쿨 졸업자들 사이에서 ‘요주의 인물’로 통하고 있다. “여성 변호사 구함. 사진 첨부 요망” 등의 내용이 담긴 구인공고를 올린 뒤 구치소 접견에 활용한다는 뒷말이 나오면서다.

 일부 변호사가 구치소 접견실을 독점하자 정상적으로 접견하려는 변호사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변호사는 “온종일 자리를 뜨지 않는 집사 변호사들 때문에 2~3시간씩 대기하곤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2010년 7월 수용자에 대한 미선임 접견을 2회로 제한했으나 “법에 위반된다”는 변호사업계의 지적에 따라 2013년 4월 제한을 폐지했다.

 변협 관계자는 “해당 변호사 대부분이 ‘의뢰인이 원해서 한 일’이라거나 법무법인 대표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과도한 미선임 접견은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며 “사건 유치 목적이라면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임장혁·백민정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변호인 접견권(接見權)=헌법 제12조 4항에 규정된 국민의 권리.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 또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체포할 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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