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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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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 이양연(1771~1853), ‘야설(野雪)’

‘오늘 한 걸음’의 큰 의미
인생 지침 돼 준 명문장

한때 서산대사의 선시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공식 기록으로는 조선 후기 문인인 임연(臨淵) 이양연(李亮淵)의 문집에 수록된 글이다. 백범 김구 선생의 애송시로도 잘 알려졌다. 올 초 성균관대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출사표와도 같이 마음에 새겼던 내용이다. 나의 오늘 행적 하나하나가 후대에 이정표가 된다는 내용이, 되새길수록 섬찟하게 느껴질 정도의 무게와 엄정함이 있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대학이라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뿐 아니라 가장으로서, 개인으로서 마음에 품어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지침으로 오래전부터 마음에 새겼고, 긴장이 느슨해질 때마다 떠올리며 마음을 고쳐 잡곤 했다. 우리 학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부디 학생들이 인생의 자양분이 되는 이런 말들을 새기며 단지 지적인 기술인이 아니라 교양인으로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 우리 대학이 이런 인성교육을 어떻게 잘 실현해 내는가가 요즘 내가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