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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고혈압 관리 소홀해 신장이식 받은 환자 급증

중앙일보

입력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신장 자체에 질환이 생긴 환자보다 당뇨병ㆍ고혈압 등 만성질환자가 더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만성질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신장이 망가져 결국 신장이식 수술에 이르는 환자가 급증한데 따른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 한덕종ㆍ김영훈 교수는 지난 1990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시행한 4000건의 신장이식 수술 환자들의 원인 질환을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2010~2015년) 당뇨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으로 인해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가 전체 43%로 나타났다. 시행 초기(1990~1994년) 8.4%에 비해 25년 새 5배로 늘어났다.

1995년 이후 만성질환으로 인해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0년 이후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 2명 중 1명은 만성질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사구체신염, 자가면역신질환(IgA) 등 신장 자체에 생긴 질환으로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는 시행 초기 5년간은 전체 3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만성질환에 밀려 2위가 됐다. 올해 기준 전체 신장이식환자 중 33.4%가 신장질환자였다.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만성질환자 가운데는 당뇨 환자가 가장 많았다. 신장이식 시행 초기 전체 3.2%를 차지했으나 최근 들어 8배 이상 치솟아 25.9%를 기록했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그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다 2000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해 최근 17.1%를 차지했다.

이러한 추세는 당뇨병ㆍ고혈압에 대한 관리 소홀 때문이다.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 한덕종 교수(일반외과)는 “최근 들어 매년 6000명 정도의 당뇨, 고혈압 환자가 신장이 망가지는 신부전증을 앓고 있어 그로 인한 신장이식 환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신장 합병증 예방을 위해 만성질환의 조기 관리와 검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당뇨병은 혈액 속 당수치가 올라가는 질환이다. 혈당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면 몸 속 곳곳의 혈관이 손상될 수 있다.

이는 신장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혈액과 노폐물을 걸러내는 신장 혈관꽈리(사구체)의 여과 기능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신장 기능의 저하를 부른다. 고혈압 역시 신장 사구체 내의 압력을 증가시켜 장기적으로 신장 기능을 서서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당뇨병ㆍ고혈압으로 인해 신장 기능이 정상상태의 10% 이하로 떨어진 상태가 지속되면 말기신부전증으로 진단한다. 이 경우 망가진 신장을 대체할 투석이나 신장이식 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 김영훈 교수(일반외과)는 “당뇨병과 고혈압은 흔하게 갖고 있는 질병 중 하나로 생각하기 쉬운 만큼 그 관리도 소홀히 하는 경향이 크지만 망막, 신경, 심장 및 뇌혈관질환 등의 합병증 등이 동반되기 때문에 위험한 병”이라며 “특히 당뇨병 환자의 대략 20∼40%가 20년 이내에 당뇨성 신장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말기 신부전증으로의 진행도 빠르기 때문에 합병증에 대한 조기 관리는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지난 1990년 6월 신부전증이 나타난 당뇨병 환자에게 신장이식 수술을 처음으로 시행한 이래 25년 만에 수술 4000건을 돌파했다. 이식 환자 4000명의 신장 생존율(신장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은 96.3%(1년), 88.9%(5년), 81.2%(10년), 67.4%(20년)으로 나타났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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