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우리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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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자기 집 소유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했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더라도 자기 집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여론(64%)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여론(36%)보다 높게 나타났다. 2005년 같은 조사에선 ‘동의한다’는 여론이 73%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약 10%가 빠진 것이다.

‘자기 집을 가져야 한다’고 응답한 주요계층은 강원과 제주 거주자, 60세 이상이다. 반면 ‘자기 집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한 주요계층은 서울과 광주전남 및 대구경북 거주자다. 그렇다면 투자가 아닌 실제 거주를 위해 집을 구입할 만한 계층은 어떻게 응답했을까.

30대와 40대, 중산층 내에서 중하위권에 위치한 계층은 자기 집을 소유해야 한다는 여론보다 자기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여론이 전체평균응답보다 높았다. 실제 거주를 위해 주택을 구입할만한 사람들이 자기 집 소유에 대한 동의가 적었다.

반면에 최상위층은 성, 연령, 거주지역, 직업 등 인구사회학적 변수 중에서 자기 집 소유에 대한 동의율이 가장 높았다. 이들은 주로 주택을 투자개념을 보는 계층이다.

올해 3월, 한국개발연구원은 후년부터 주택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주택시장 전망은 인구변화 즉, 주택을 구입할만한 사람들의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주택시장을 예측하는 기본요인은 크게 3가지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경제성장 및 경기상황, 주택공급량과 부동산정책, 마지막으로 인구변화 및 주택보급률 등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거시적 변수인 인구변화 요인을 당장 주택시장전망의 중요변수로 언급한 것은 그만큼 시장의 모멘텀이 바닥이라는 방증일 수 있다.

이런 패턴이라면 지금 매매가 살아나는 현상은 일시적일 수 있다. 아마도 현재 주택매매율이 다소 높아진 이유는 고가의 신형아파트가 아니라 중저가의 20~30년 된 구형아파트에 매매가 상당부분 몰려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론조사결과만 보면, 신형아파트는 아니지만 구형아파트라도 자기 집을 소유하려는 중산층 중 중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계층이 마지막 구입을 시작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우리는 국가적 차원에서부터 개인차원에 이르기까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일본의 행동경제학자인 도모노 노리오 교수의 의하면 ‘우리의 뇌는 실제로 이익을 얻는 경우뿐만 아니라 이익을 기대할 때에도 보상을 받는다’고 한다.

많은 부동산전문가들이 주택시장 급락을 경고하면서 우리가 일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행위는 과학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감각적 행위다. 그래서 경제를 예측할 때 경제지표와 경제주체의 인식 모두를 살펴봐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이 경고한 디데이(D-day)가 2년 남았다. 주택시장 활성화를 통해 경기상승을 꾀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옳은 것인지 걱정이 좀 된다.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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