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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서 손가락 차례로 망치질한 '손가락 보험사기단' 덜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건설 현장 한편에서 마취제를 손가락에 주사한다. 약 기운이 돌아 손에 멍한 느낌이 나면 쇠망치나 공사장 각목으로 내려찍는다. 엄지손가락부터 차례대로 4개쯤 부순다. 그 다음은 연기다. 다친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비명을 지른다.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막 다친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이런 수법으로 근로복지공단·손해보험사에 장애급여 명목의 보험금 8억원을 가로챈 일명 '손가락 사기단'이 검찰에 적발됐다. 대구지검 형사2부는 21일 사기·산업재해보상보험법위반 혐의로 강모(55)씨 등 12명을 붙잡아 이모(60)씨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박모(65)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달아난 공범 2명을 같은 혐의로 기소 중지했다.

이들은 가짜 근로자를 모집하는 브로커와 마취제를 주사하고 망치질을 하는 골절기술자로 역할을 나눠 사기 행각을 벌였다. 브로커는 일용직 근로자에게 접근해 "손가락을 골절시키고 수술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보험금을 받아서 절반씩 나누자"고 접근, 가짜 근로자를 모집했다. 그래서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대구 등 도심 건설현장에 일용직으로 이들을 취업시켜 출근 5일 이내에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1인당 적게는 3700만원, 많게는 1억500만원씩의 보험금을 가로채 나눴다.

검찰에 따르면 골절기술자인 이씨 등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엄지손가락을 포함한 2~4개의 손가락에 장애가 발생하면 다른 부위에 비해 장해등급이 높게 산정돼 보험금이 더 나온다는 점을 알고 한 번에 손가락 한 개씩 여러개를 부러뜨렸다.

실제 손가락이 부러진 가짜 근로자 중 일부는 수술을 추후에 받았지만 아직 손가락이 펴지지 않는 후유증을 겪고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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