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신촌에 외국어카페 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외국어를 익히려면 반드시 해외 연수.유학을 떠나거나 외국어 학원에 다녀야 할까.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대학가나 강남ㆍ신촌 등에 주로 위치한 외국어 전용 공간을 찾아가 보자.

서울대.연세대 등은 최근 교내에 각종 어학 학습 설비를 갖춘 외국어 전용 공간을 마련, 학생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실전 외국어를 익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신촌.강남.이태원 등지에서 1997년 생기기 시작한 외국어 전용 카페는 현재 서울시내에서 6~7곳이 운영되고 있다.

◆대학 외국어 전용 공간=서울대 두레문예회관 3층에 위치한 영어 카페. 30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서면 사방에서 영어가 들려온다. 카페 안에서는 영어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어쩌다 우리말을 쓰면 카페 운영위원이 돼지 저금통을 들고 다가온다. 우리말 한 마디당 벌금 1백원씩 내야 한다.

영어 카페 한쪽에는 'Le Bistro'라는 프랑스어 카페도 운영되고 있다. 시간별로 '자유토론''샹송 부르기''왕초보 스터디'등이 진행되고 있어 전공 학생들에게서 프랑스어를 배울 수 있다.

연세대는 지난해 11월 13억원을 들여 학생회관 옆 단층건물에 2백여평 규모의 '글로벌 라운지'를 조성했다. 다양한 외국 잡지 60여종과 방음 세미나실, 중국어.일본어.영어 등 외국어 방송이 방영되는 TV 14대를 갖춘 '외국어 휴게실'이다.

경희대 수원캠퍼스의 경우 지난해부터 매 학기 영어ㆍ프랑스어ㆍ스페인어ㆍ러시아어ㆍ중국어ㆍ일본어 등 6개 외국어 학과가 하루씩 돌아가며 캠퍼스 잔디밭에서 외국어 토론과 대화 시간을 갖는다. 학교 측은 주민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한양대는 이번 여름 학생회관에 외국어 카페를 만들 예정이며, 강남대.충남공주대도 교내에 외국어 카페 공간을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신촌.강남의 외국어 카페=신촌 현대백화점 인근 일본어 전용 카페 가케하시(かけはし 掛橋). 상호는 '우정을 맺는 다리'라는 뜻으로 일본에서도 유명해 일본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20,30대 대학생이나 직장인 손님이 대부분이지만 낮시간에는 주부들도 눈에 띈다.

이화여대 전철역 인근 카페 아이 하우스(i-house)는 영어.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한국어까지 7개 국어를 익힐 수 있는 외국어 카페다.

10여명의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이 자연스럽게 외국어 대화를 이끌어간다. 카페 사장 김상용(37)씨는 "미국 유학 시절 세계 각지의 유학생들과 매주 외국어 모임을 가졌던 경험을 살려 카페를 열었다"며 "커피 한잔 값으로 세계 각국을 방문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강남역 덕수빌딩에 위치한 '영어사모(영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2000년 토요일마다 올림픽공원에 모여 회화 연습을 하던 스터디 모임에서 시작됐다.

주말마다 친구들과 영어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는 정영희(26ㆍ구로구 대림동)씨는 "영어사모의 스터디 그룹 중에는 할아버지.할머니 5~6명으로 구성된 팀도 있다"고 말했다.

신은진.민동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