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김재범·양학선 … 31년째 꿈나무체육대회, 스포츠 스타들 키워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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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개 기초종목에 4000여 명의 초등학생이 참가하는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는 국제 스포츠대회 메달리스트의 산실이 됐다. [사진 교보생명]

세계 속에 한국 스포츠의 이름을 알린 스타들에게 숨겨진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빙속여제 이상화를 비롯해 도마의 신(神) 양학선, 유도지존 김재범, 한국 수영의 대들보 박태환, 한판승의 사나이 최민호 등은 어린 시절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를 통해 실력을 닦은 체육 꿈나무였다는 사실이다.

 교보생명은 체육꿈나무들을 조기에 발굴·육성하고 기초종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1985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를 열고 있다. 민간기업으로 드물게 기초스포츠 종목에 관심을 갖고 30년 넘게 체육꿈나무들을 후원해 왔다.

 올해도 31번째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가 오는 23일부터 춘천·정선·홍천·양구 등 강원도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매년 육상·수영·빙상·체조 등 7개 기초종목에 4000여 명의 초등학생이 참가하는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는 민간에서 열리는 국내 유일의 유소년 전국종합체육대회로 뿌리 내렸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선수도 대회에 참가해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모든 선수단에게 교통비와 숙식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우수선수와 학교에 장학금도 지급한다. 지금까지 지원금액은 총 78억원에 이른다.

 한 나라의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는 육상·수영·체조 등 기초종목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 효과가 큰 프로스포츠나 빅스타 후원에 집중하는 사이 이들 종목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 밖에 머물러 있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기초종목 꿈나무 후원에 교보생명이 오래도록 정성을 쏟는 이유는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남다른 인재육성 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건강한 체력을 길러야 인격과 지식도 잘 자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유소년의 체력 증진을 위한 체육대회를 만들었다. 신용호 창립자는 ‘국민교육진흥’이라는 창립이념으로 교보생명을 세워 세계 최초로 교육보험을 창안하고 교보문고를 설립한 장본인이다.

 지금까지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를 거쳐 간 어린 선수는 12만 명이 넘는다. 그 중 300여 명의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하기도 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메달 수만 해도 140여 개에 달한다. 메달리스트의 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보생명의 꿈나무 후원은 다른 기업의 빅스타 후원이나 프로구단 운영과 달리 비인기 종목에 집중돼 있고 장래가 불확실한 초등학교 유망주에 대한 지원이라는 점에서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체육계에서는 이러한 후원방식이 기초종목을 활성화시키고 저변을 넓혀 스포츠 발전의 디딤돌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는 마케팅 효과를 노린 투자라기보다 장기적인 사회공헌사업의 하나로 시작했다”며 “최근 들어 후원했던 종목의 선수들이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냄에 따라 꿈나무체육대회가 주목 받고 있다”고 말했다.

송덕순 객원기자 song.deoks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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