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사랑받는 수퍼스타의 멋진 반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양성희
논설위원

미모와 실력을 두루 갖췄다. 하는 행동마다 야무지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26) 얘기다. 컨트리와 팝의 경계를 오가는 5장의 앨범을 발표했고 총 3000만 장을 팔아치웠다. 일곱 번의 그래미 수상. 그래미 최연소 수상 기록까지 가진 ‘그래미 여신’이다. 국내 팬도 상당수다.

 지난달 스위프트는 애플의 음악 스트리밍(실시간 온라인 재생) 서비스인 애플뮤직에 자신의 앨범인 ‘1989’ 음원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애플뮤직이 3개월 무료 서비스 기간 중 가수·프로듀서·작곡가에게 대가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면서다. “우리는 아이폰을 공짜로 달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공짜로 음악을 달라고 하지 말라”는 공개 서한도 보냈다. 애플뮤직은 즉각 “무상 제공 기간 중에도 아티스트에게 수익을 배분하겠다”며 방침을 바꿨다.

 스위프트는 지난해에도 세계 최대 규모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에서 앨범 ‘1989’ 등 자신의 모든 음원을 삭제한 바 있다. 스포티파이는 유료회원도 있지만 광고를 보는 대신 공짜로 음악을 듣는 무료회원이 70~80%에 이른다. 스위프트는 이에 앞서 언론 기고문을 통해 “음악은 예술이며 예술은 중요하고 귀한 것이다. 귀한 것에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음악은 공짜가 아니다”고도 했다.

 누군가는 애플뮤직에 맞선 스위프트를 보고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했지만 그건 맞지 않는 얘기다. 스위프트도 음악계에서는 골리앗 중 골리앗이고, 애플뮤직이 움직인 것도 상대가 수퍼스타 스위프트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수퍼스타 스위프트가 나설 정도로 세계 음악계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디지털 콘텐트 시장에서 점차 콘텐트는 헐값이 되고, 콘텐트 창작자보다 플랫폼이 더 많은 이득을 취하게 되며, 콘텐트는 플랫폼에 더 많은 사람을 모이게 하는 미끼 상품쯤으로 전락하는 것은 음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는 애플뮤직이 무릎을 꿇었지만 플랫폼의 지배력이 더욱 커져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도 콘텐트의 가치, 창작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스위프트의 일격은 멋있었다. 스위프트는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제 막 시작하는 신예 뮤지션들, 또는 이제 막 싱글 앨범을 발표하고 아직 자신들의 성공에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수퍼스타다운 일갈이다. 그가 사랑받는 수퍼스타인 이유다. 우리에게도 이런 통 크고 멋진 수퍼스타가 필요하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