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놀라운 우먼파워 … 최정·오유진 다승 1위 파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2015년은 한국 현대바둑이 ‘칠순’을 맞이하는 해다. 70년 전인 1945년 조남철(1923~2006) 선생이 한국기원의 모태인 한성기원을 설립했다. 칠순 잔치라도 하듯 올해는 연초부터 바둑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소식들이 잇따랐다. 바둑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바둑의 스포츠 정식 데뷔가 대표적이다. 늘 풀이 죽어 있었던 여자 바둑도 기가 살았다. 이 밖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뉴스도 있었다. 한국 바둑계의 상반기 주요 ‘이슈 5’를 꼽아봤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 스포츠로 발돋움한 바둑

 바둑계의 오랜 화두는 ‘바둑의 스포츠화’였다. 연초 열린 대한체육회 제12차 이사회에서 바둑이 전국소년체전의 정식 종목으로 편입되면서 그 물꼬가 트였다. 6월 말 열린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바둑은 정식 종목으로 참가해 신고식을 치렀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별 탈 없이 스포츠 무대에 첫선을 보였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이다.

 이번 전국소년체전에서 심판위원을 맡았던 김성룡 9단은 “바둑이 소년 체육에 정식으로 입성했다는것 자체가 큰 첫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된다”며 “전국소년체전 입성을 계기로 지역의 풀뿌리 바둑이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역시 심판위원을 맡았던 이다혜 4단은 “앞으로 바둑의 저변 확대를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2. 여자 바둑의 대약진

 올해 바둑계의 두드러지는 변화는 여자 바둑의 도약이다. 여자 바둑은 그간 남자 바둑에 묻혀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올해 출범한 ‘2015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는 여자 바둑에 대한 선입견을 뒤엎었다. 여자 바둑도 남자 바둑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치열하고 재미있음을 입증했다.

 기세를 이어 최정 5단과 오유진 2단은 한국기원이 집계한 상반기 결산에서 각각 33승 13패, 33승 17패로 나란히 상반기 다승 1위에 올랐다. 상반기 최다 대국에서도 오유진은 50국, 최정은 46국으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한국여자바둑리그 출범으로 대국 수가 늘었다고 해도 여자 기사가 상반기 다승 1위에 오른 것은 한국 바둑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바둑 국가대표 코치를 맡고 있는 최명훈 9단은 “최근 여자 바둑리그가 생기고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들과 함께 국가대표로 소속되면서 심리적인 면이 단련된 것 같다”며 “예전에는 남자 선수와 대국하면 기세에 눌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정신적인 면에서 강화됐다”고 말했다.

3. 극심한 춘추전국시대

 이세돌 9단의 뒤를 잇는 뚜렷한 1인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바둑계의 춘추전국시대는 계속됐다. 올해는 난세가 더욱 극심했다. 상반기 열린 국내 종합기전에서 두개 이상의 타이틀을 차지한 기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과거 한 명의 기사가 우승을 독식하던 때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올해는 신예 기사인 나현 6단과 이동훈 5단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타이틀 홀더로 떠올랐다. 조훈현 9단은 “요즘에는 프로기사도 많아졌고 바둑을 배우기도 편해졌다”며 “정보의 공유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옛날처럼 누구 한 명이 특별히 강하기가 어려운시대”라고 말했다.

4. ‘괴동(怪童)’ 목진석의 귀환 

4월은 목진석 9단의 달이었다. 목9단은 제20기 GS칼텍스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5년 만에 생애 두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목 9단은 1995년 15세 나이에 당시 세계최강이었던 중국의 녜웨이핑(?衛平) 9단을 무너뜨리며 ‘괴동’이란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이후 팬들에게 희미하게 잊혀져 갔던 목진석의 귀환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목 9단은 결승국이 끝나고 바둑TV 캐스터와의 인터뷰에서 말을 잇지 못하고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이 장면은 많은 바둑 팬의 가슴을 울리며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기억됐다.

5. 아마추어 안정기의 활약

 아마추어 안정기(18)가 프로 무대를 뒤흔들더니 결국 입단까지 성공했다. 안정기는 4월 열린 제20회 LG배 세계기왕전 통합예선에서 5연승을 거두며 아마추어 사상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았다. 여기에 그치지않고 본선 첫 판에서 2013년 춘란(春蘭)배 세계선수권자인 중국의 천야오예(陳燿燁) 9단을 불계승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안정기는 올해 프로대회에서만 10승 2패, 9연승을 기록하며 프로 기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파죽지세의 안정기는 포인트 입단까지 성공했다. 포인트 입단은 아마추어가 프로기전에서 성적을 내 누적 포인트 100점을 쌓으면 입단할 수 있는 제도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