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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의원은 동메달' 발언에 펄펄 끓는 TK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4일자 대구 지역의 한 일간지 1면에는 ‘김무성의 기막힌 발언’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3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했던 “경상도 국회의원은 동메달이고,수도권 국회의원은 금메달”이라는 발언에 얽힌 기사다. 김 대표가 “제가 임명할 수 있는 당직 모두를 비경상도권으로 인사를 하겠다”며 ‘탕평인사’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꺼낸 이야기지만, 대구지역에선 ‘대구·경북(TK)지역 무시’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도 김 대표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이병석 (4선ㆍ포항북구) 의원이 “김 대표의 발언이 520만 대구ㆍ경북(TK)시도민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며 김 대표의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18대 대선에서 80%에 육박하는 높은 투표율이나 전국 최고 득표율로 박근혜 대통령을 탄생시키고 새누리당에 전폭적인 애정을 쏟아온 520만 대구ㆍ경북민을 비하하는 것으로 읽혀진다”,“TK에서는 '정권재창출의 1등 공신인 TK에 대한 집권당의 푸대접이 도를 넘치고 있다','대선이나 총선처럼 당이 아쉬울 때 온 정성을 다해서 표를 몰아주었는데 이제와서 뒷통수를 치는 것이냐','지역 유권자들이 언제까지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면서 대구 경북의 이익을 지킬 것인가를 심각히 고려해야한다'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사실 대구ㆍ경북은 대한민국 역사를 견인해온 위대한 지역이다. 보릿고개 넘어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뤄낸 것은 박정희 대통령과 대구ㆍ경북민이었다. 세계적 경제위기를 녹색외교로 극복하고 국격을 높인 힘은 이명박 대통령과 대구ㆍ경북민이었다. 창조경제로 민생을 챙기고 국민행복시대를 열어나가고자 온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힘도 박근혜 대통령과 대구ㆍ경북민이다”라고 말하더니 급기야 시조를 읊듯 노래 한소절을 흥얼거렸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대구 경북 버리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아리랑’한 소절의 가사를 바꿔 부른 것이다. 결국 김무성 대표가 나서 ‘해명’을 했다.

▶김 대표=“지난 대통령 선거 때 대구 경북에서 투표율 80%, 득표율 80%를 목표로 잡았을 때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대구ㆍ경북 도민들의 열화같은 성원으로 그 어려운 목표가 달성됐다. 그래서 우리 정권 재창출의 공을 세우셨다. 이러한 대구ㆍ경북민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내년 선거에서 과반수 이상 의석 확보해서 그 다음 대통령 선거에 정권재창출하는데 있다. 새누리당이 반드시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얻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고육지책으로 말씀을 드린 것으로 잘 이해를 해주시길 바란다.”

김 대표의 해명으로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김 대표는 경상도의원을 ‘동메달’이라고 했다. 왜 김 대표의 출신지역인 부산ㆍ경남지역은 가만히 있는데 대구ㆍ경북 지역만 흥분하느냐”,“‘아쉬울때 표를 몰아줬는데 왜 뒤통수를 치느냐’는 식의 발언은 야당에 대한 호남지역의 반응과 비슷하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서승욱ㆍ이은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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