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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인성 평가 정량화 금지 … 대입 반영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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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학이 입시에서 수험생의 인성을 정량화해 평가할 수 없다. 인성교육이 자칫 사교육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교육부는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 제정에 따른 후속 대책을 14일 발표했다. 시행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오는 21일 발효된다. 김석권 인성체육예술교육과장은 “인성교육진흥법은 인성교육 실천을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는 게 목적”이라며 “입시에 부담되거나 사교육화하는 것은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교육부는 대학입시에서 인성평가를 내실화하도록 유도하고 우수 대학은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인성이 입시에 반영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200여 종의 인성교육 민간 자격증이 난무하는 등 사교육 시장이 들썩였다. 최근에는 2013년부터 교육부·여성가족부와 본지가 함께 주최 중인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의 명칭을 그대로 본뜬 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인성교육 정책이 시작되기도 전에 온갖 혼란이 가중되자 교육부는 시행령에서 인성지도사 양성 기관의 범위를 대학, 정부출연 연구기관, 공익법인,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했다. 아울러 논란이 된 개별 학생에 대한 인성평가 조항도 삭제했다. 다만 인성교육 정책 시행에 따른 정부·교육청 평가,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는 그대로 유지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개인에 대한 정량 평가는 금지하고 학생부 전형이나 면접 등에서만 자율적으로 대학이 인성을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통과된 시행령에 따라 교육부는 5년 단위 종합계획을 전년도 9월까지 수립해야 한다. 종합계획에는 인성교육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사항과 학교·가정·사회의 인성교육 실천 및 확산에 필요한 내용이 포함된다. 이를 위해 정부부처 차관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20명 이내의 국가 인성교육위원회가 구성된다. 위원회는 인성교육 목표와 추진 방향, 종합계획 등을 논의한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청은 인성교육을 위한 학교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을 담은 인성교육시행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난 2월 처음 공개됐던 시행령에서 연간 15시간 이상이었던 현직 교원의 인성교육 연수 의무규정은 4시간 이상으로 줄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인성교육에 대한 학교의 자율성 확보 차원에서 교육부가 교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의무 연수 시간을 줄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전모(49·서울 영등포구)씨는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면서 정작 교원들의 연수 시간을 줄이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학교에서 인성교육에 소홀하니 사교육이 빈자리를 채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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