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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대첩·한복데이 … 울산에 청년문화 씨뿌리는 2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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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청년문화 기획을 통해 울산 원도심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홍지윤 대표.

“청춘문화는 도전이다. 꿈을 위한 첫발을 떼는 20대에 다양한 경험을 쌓아 자신이 좋아하고 재미를 느끼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발전하는 것 아니겠느냐.”

 울산 청춘문화기획단 홍지윤(29)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아직 20대지만 벌써 700만원의 빚이 있다. 지난 4년간 울산에서 청년문화를 꽃피우느라 애쓴 흔적이다.

 사연은 이렇다.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3학년 때 홍씨는 “청년을 위한 색다른 즐길 거리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2012년 8월 전국적으로 강남스타일 플래시몹(flash mob)이 유명해졌다. 홍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참여자를 모집했다. 대학 게시판에 글도 올렸다. 하지만 불신을 보내거나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홍씨는 포기하지 않고 80여 명의 동조자를 모았다. 덕분에 울산대와 중구 젊음의 거리, 울산대공원 등에서 세 차례 강남스타일 플래시몹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자신을 얻은 홍씨는 청년문화 활성화를 고민했다. 그해 10월 영리와 비영리의 중간 단계인 대안형 기업 ‘아이러브 울산’을 설립했다. 직원 없는 1인 기업이었다. 그러곤 SNS를 통해 청년·학생·직장인 등 250여 명의 회원을 모았다. 이들과 함께 성남동 벽화 그리기, 솔로인 남녀가 단체 미팅을 하는 솔로대첩, 동시에 한복을 입고 출몰하는 한복데이 같은 행사를 20여 차례 진행했다.

 장소는 주로 중구 젊음의 거리였다. 상권 쇠퇴로 어려움을 겪는 중구 상인을 돕자는 취지에서였다. 이재열(49) 젊음의 거리 상인회장은 “축제 때 많은 시민이 몰리면서 상권이 회복되고 점차 젊은이 중심으로 바뀌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 초에는 지역에 한정하지 않으려고 회사 명칭을 아이러브 울산에서 청춘문화기획단으로 바꿨다. 청춘기획단의 SNS 팔로워는 1만5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젊은이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수익모델이 없어 축제를 열 때마다 홍씨의 호주머니가 가벼워지고 빚이 늘어나는 구조다. 지난해 8월 15~16일 처음 개최한 울산 물총축제는 5000여 명이 몰려 성공적으로 치뤄졌지만 그에겐 700만원의 빚을 남겼다. 다음달 14~16일 열리는 제2회 울산 물총축제는 규모가 더욱 커졌다. 1만여 명이 몰릴 전망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업체·상인회 등의 후원금을 받을 예정이지만 모자라는 비용은 역시 홍씨가 책임져야 한다.

 ‘빚을 어떻게 할 작정이냐’는 물음에 홍씨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누군가 해야 할 일이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축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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