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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중앙학생시조백일장] 초등부 대상 손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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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기

1. 장독대 속 묵혀둔 내 어릴 적 추억들
우리 할매 손맛 담긴 구수한 청국장에
다시금 새어나오는 내 맘속 비밀들

혹시나 그 누가 내 비밀 알아챌까
후다닥 집어넣은 가슴 속 타임캡슐
다음에 꼭 다시 보자 소중한 하루들아

2. 과학시간 선생님께 받아든 시험지
햇살 하나 안 보이고 비바람만 몰아치네
시험진 내 일기장 다 봤나? 공부 안 했는데

3. 아무도 내 손을 잡아주려 하지 않고
문 틈새 슬픔 아닌 외로움이 몰려와
멍하니 저 푸른 밤하늘 바라보며 끄적인다

“처음 ‘일기’라는 시제를 듣고 막막했어요. 평범한 주제라 더 그렇더라구요 .”

 초등부 대상을 받은 손예지(12·김해 대청초6·사진)양은 처음 시제를 마주한 순간을 떠올리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었다. 새하얀 원고지가 아득하게 느껴졌던 순간 시조를 가르쳐주신 김진희 교감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고 했다. “선생님이 평소에 ‘마인드 맵(Mind Map)’으로 생각의 실마리를 풀어가라고 말씀하셨었거든요. 일기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들을 종이에 적다 보니, 작품의 주제가 됐던 ‘장독대’ ‘시험지’ 등의 단어가 나왔어요.”

 그렇게 완성된 시조가 총 세 편. ‘일기’를 주제로 제각각 전혀 다른 글들이 하나로 묶였다. 읽다 보면 마치 초등학생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준다. 심사위원들도 이 부분에 가산점을 줬다.

 손양은 5학년 때 처음 시조를 접했다.

  “자유시는 형식이 자유롭지만 시조는 정해진 틀 안에서 자신을 최대한 표현해야 하는 점이 매력 있다”고 말했다. “요즘에도 많은 사람이 시조를 읽고 새로운 작품을 쓰는 걸 보면 시조는 어려워도 계속 사랑을 받을 것 같다”고 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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