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저출산 대책, 결혼 안 하는 젊은 층부터 지원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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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는 풍조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남녀의 초혼연령은 1990년 각각 27.79세, 24.78세였지만 지난해는 32.42세, 29.81세로 늦춰졌다. 이는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주저하는 이유는 청년실업과 높은 결혼 비용, 주택 구입 비용 등 때문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책을 위해 66조5637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2013년 1.187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70%를 보육대책에만 쏟아부었을 뿐 청년 일자리 등 젊은 세대의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데는 별 투자를 하지 않았다.

 정부의 저출산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의 하나가 청년실업이다. 청년실업은 연애·결혼·출산 등을 포기하는 이른바 ‘3포세대’를 만들어내는 주범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 2014년 대졸 이상 비정규직은 198만 명, 대졸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이들의 평균 월급은 147만원밖에 안 된다. 그나마 비정규직을 합쳐 우리나라 30세 미만 청년층 고용률은 거의 외환위기 때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층이 취업에 성공해 결혼 비용을 마련하고 신혼 살림집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어느 정도 직장생활을 해서 돈을 모아도 나이가 찬 여성은 조건에 맞는 상대를 구하기가 어렵다. 능력이 되는데도 결혼하지 않는 ‘골드 미스’가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다.

 따라서 앞으로 저출산 대책의 초점은 보육 위주에서 벗어나 청년 일자리 확충, 교육 개혁, 신혼부부 친화형 주택 공급 확대, 일·가정 양립정책 등에 맞춰져야 한다. 일단 결혼을 해야 아이도 낳을 수 있다. 결혼 기피 현상을 방치할 경우 저출산뿐만 아니라 경제성장, 국가 재정, 노동, 금융시장, 부동산, 연금 등 우리 사회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증가하는 한 국가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