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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이부진 ‘오너 마케팅’ 김승연 ‘63플랜’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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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개월 동안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군 ‘면세점 대전’에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축배를 들었다. 성패를 가른 것은 ‘오너 마케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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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신라면세점을 합작한 정몽규(53)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45) 호텔신라 사장은 초반부터 현장을 누비며 오너 마케팅의 전형을 보여줬다. 특히 이 사장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모시기’에 나서는 등 입찰전을 전폭 지원했다. 9일에는 인천의 심사 면접 현장을 깜짝 방문해 “잘되면 다 여러분 덕이고 떨어지면 제 탓이니 너무 걱정 말라”며 양창훈·한인규 면세점 공동 대표를 격려하기도 했다.

 정몽규 회장은 용산 아이파크몰 내 면세점을 챙겼다. 설계와 인테리어 하나까지 직접 도면을 보며 점검했고 담당 임원들에게 “ 건설업 경쟁력을 살려 최고 수준의 매장을 만들라”고 당부했다.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호텔신라의 소프트웨어(면세사업 경험)와 현대산업개발의 하드웨어(용산 아이파크몰)의 시너지를 강조했다. 특히 입찰전 내내 ‘내수활성화’ ‘지역경제 살리기’ 등 큰 그림을 강조해 정부의 경제활성화 기조에 발을 맞췄다.

 한화갤러리아는 이번 입찰에서 최대의 이변을 일으키며 마지막 ‘황금티켓’을 거머쥐었다. 내부에서조차 “약세라는 일부 평가를 완전히 뒤집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김승연(63) 한화 회장은 그룹의 상징인 여의도 63빌딩을 면세점 후보지로 내놓으면서 힘을 보탰다. 덕분에 관광산업이 부진한 여의도를 한강, 노량진 수산시장, KBS 한류 콘텐트와 연계한 ‘63플랜’을 제시해 점수를 땄다. 실무적으론 갤러리아백화점을 운영하며 쌓은 명품 선정 및 구매능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는 “여의도의 관광인프라와 한류 콘텐트를 결합한 테마형 관광상품으로 신개념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롯데에 이어 국내 2위 면세 사업자인 호텔신라가 추가로 사업권을 따내고 한화갤러리아가 새롭게 가세하면서 국내 면세점 시장은 물론 유통업계 전반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국내 면세점 시장 점유율은 롯데가 50.7%, 호텔신라가 30.5%다. 서울 지역 면세점만 놓고 보면 롯데(60.5%)가 신라(26.5%)를 월등히 앞선다. 하지만 신라가 용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열게 되면 롯데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명품 유통 시장에서 실력을 쌓은 한화가 서울에서 면세사업을 시작하면서 시장 전반이 치열한 경쟁 구도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면세 시장이 언제까지나 ‘장밋빛’일 수 없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이 계속 떨어지고 중국인 관광객들도 일본 등지로 분산되고 있다”며 “근본적인 관광상품 개발 없는 면세점 사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입찰전에서 탈락한 대기업들은 오는 10월로 예정된 서울 시내 면세점 ‘2라운드’를 준비 중이다. 워커힐면세점은 11월 16일,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12월 22일, 롯데면세점 월드점은 12월 31일 사업권이 만료된다.

이소아 기자, 인천=이현택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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