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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펀드에 7조4000억 … “출구전략 고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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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 4월 초 중국 중소형주 펀드에 400만원을 투자한 이모(37)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9일 현재 그의 펀드 수익률은 -13%. 더 큰 손해를 보기 전에 환매를 해야 하는 건지, 손해를 만회할 때까지 보유해야 하는 건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씨는 “일반 중국 펀드보다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이 더 많이 떨어졌다”며 “2007년 중국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해를 본 적이 있어 펀드를 들고 있기 불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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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8일 현재 중국 펀드 설정액은 7조4000억원으로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의 39%에 달하는 규모다. 해외주식형 펀드에 투자된 돈 100만원 중 40만원은 중국 펀드란 얘기다. 최근 한 달 사이 30%가량 하락한 중국 증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태연하게 볼 수 없는 건 그래서다.

전문가들은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중국 증시가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에 기반해 상승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이익이 급감하고 투자증가율 둔화세도 도드라지는 등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정부가 부양책을 써 인위적으로 주식 시장을 끌어올렸다”며 “올 3분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그리스 사태가 장기화하면 취약한 경제 상황이 부각되면서 추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도 중국 증시를 짓누르는 요소다. 현재 중국 증시의 신용거래 비중은 유통 주식 시가총액의 8.8%다. 미국은 2%, 대만은 1.4%다. 신용거래가 많으면 주가 하락 시 상환을 요구하는 ‘마진콜’이 발생해 빌린 돈을 갚기 위한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이 때문에 주가는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신용거래 규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빚을 내 주식을 사던 개인들이 매도에 나섰다”며 “정부가 기관을 동원해 단기적으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겠지만 중국의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승 흐름은 오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시장이 반등하면 펀드를 팔았다가 하반기에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투자하라”고 권했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손절매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중국 정부가 주식시장 하락을 손 놓고 보고 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하락이 지속되면 실물 경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향후 추진해야 할 경제 정책마저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상하이종합지수의 하단인 3400선은 붕괴되지 않도록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지지선이 지켜진다면 환매하지 말고 반등하길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다는 것도 지금 같은 상황에선 장점이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가 제한돼 있어 이들이 빠져나가면서 급변동할 가능성이 낮다”며 “이 때문에 정부 정책이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달 동안엔 30%가량 급락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78% 올랐다”며 “이번 조정을 버블 붕괴로 해석하는 건 이른 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시장이 하락 조짐을 보이면서 재빠르게 차익을 실현한 똑똑한 투자자도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는 중국 본토 펀드에 매달 돈이 유입됐다. 하지만 5월과 6월엔 각각 758억원, 1592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5월 들어 중국 시장이 급격하게 오르자 환매를 시작해 하락세가 나타난 6월엔 본격적인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얘기다. 황윤아 제로인 연구원은 “2006~2007년 중국에 투자했다 손해를 봤던 학습 효과를 통해 노하우를 배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달 들어선 309억원(8일 현재)의 자금이 다시 유입됐다.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보고 투자를 재개한 것이다.

정선언·이승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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