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클레오파트라, '사랑받는 독재자'의 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두 남자의 '독재'가 MBC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를 리드하고 있다.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의 백종원과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의 클레오파트라는 '경연'이라는 프로그램 취지가 무색할만큼 연이은 우승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각각 5연승·4연승을 차지하며 오랜시간 동안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지만 '지루함'에 대한 우려보다 오히려 그 매력에 푹 빠진 시청자가 대다수다.

▶ '마이리틀텔레비젼 = 마이리틀'백주부'전

'마리텔'은 '백종원을 위한 방송'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백종원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한 요리실력에 채팅창을 상대하는 천부적인 감각으로 정상의 자리를 독식하고 있다. '소유진의 남편'으로만 기억되던 백종원은 '백주부'·'슈가보이' 등 애칭을 얻으며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친근한 말투와 소심하면서도 귀여운 성격은 대중의 관심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백종원은 2월 설특집 파일럿에서 우승을 차지하더니, 정규 방송이 시작된 이후 1회부터 내리 5연승을 따냈다. 이은결 등 새로운 참가자들이 호평받고 있지만 당분간 백종원을 꺾을 상대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렇듯 다른 참가자를 병풍으로 만들고 있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큰 불만이 없는 듯하다. 인터넷과 각종 커뮤니티에는 그가 '마리텔'에서 남긴 어록으로 가득하다. '무지방 우유를 쓰려면 닭튀김을 뭐하러 먹나', '설탕을 안 넣어서 맛없는 것보다 설탕을 넣어서 맛있는게 낫다', '절반만 억을거면 왜 마요네즈를 쓰나" 등 거침없는 발언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다른 참가자가 아닌 백종원의 방송만을 시청하는 팬들이 늘어나고 백종원이 남긴 각종 레시피까지 큰 인기를 얻자, MBC에브리원은 백종원편만을 잘라내 재방송하고 있다.

▶ 클레오파트라, 알고도 즐기는 무료 콘서트

클레오파트라는 4회부터 5일 방송된 7회까지 가왕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클레파트라가 이미 프로그램의 최다관왕자이지만 독재가 더욱 장기화 될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압도적이라는 의미. 5일 방송에서는 스피카의 김보아로 밝혀진 낭만자객이 눈에 띄는 가창력을 선보였지만 클레오파트라는 부활의 '사랑할수록' 을 불러 84-15라는 압도적 점수차로 가왕 자리를 수성했다. 클레오파트라의 정체가 김연우라는 추측이 기정사실처럼 믿어지는 가운데 '그를 이기려면 이승철이나 조용필이 출연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복면가왕'에서도 한 사람의 독주가 '환영받는' 기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복면 속 가수의 정체를 맞추는 프로그램 특유의 재미와 새로운 가왕의 탄생을 지켜보는 두가지 재미를 잃었음에도 우려의 목소리 보다는 이를 즐기는 모양새다.

두 '독재자'의 활약 속에 시청률도 웃었다. 4일 방송된 '마리텔'은 8.3% (이하 닐슨코리아·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토요일 오후 11시 15분 심야시간의 주인공 자리를 놓지 않았다.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는 '복면가왕' 역시 5일 방송된 '복면가왕'에서 시청률 13.1%를 기록하며 일요 예능의 맹주로 군림하고 있다.

MBC 예능국 한 PD는 "오랜만에 불어닥친 성공적인 예능 덕분에 분위기가 사뭇 좋아졌다"며 백종원과 클레오파트라의 활약에 높은 점수를 줬다.

박현택 기자 ssal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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