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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슬픔·버럭·까칠·소심이 … 내 머릿속 다섯 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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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사이드 아웃’의 주인공인 다섯 가지 감정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소심·까칠·기쁨·버럭·슬픔.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의 신작 ‘인사이드 아웃’이 오늘(9일) 개봉한다. 현세대 가장 독창적인 창작 집단이 빚어내는 상상력의 산물이자 선물 같은 영화다. 지난 5월 열린 칸국제영화제를 통해 전세계에 처음 공개됐고,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입소문이 자자했던 작품이다. 드디어 한국 관객을 만나는 ‘인사이드 아웃’은 총천연색으로 가득 찬 영화 속 풍경만큼이나 번뜩이면서 가슴 깊이 남을 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는 이런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저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해 본 적이 있나요?” 그리고는 곧장 11세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 속엔 다섯 가지 감정 ‘기쁨(joy)’ ‘슬픔(sadness)’ ‘버럭(anger)’ ‘까칠(disgust)’ ‘소심(fear)’이 살고 있다. 이들은 감정컨트롤타워에 근무하며 라일리의 감정을 조절한다. 예컨대 라일리가 질색하는 브로콜리를 먹으면, ‘버럭’이 불을 뿜으며 버튼을 누르는 식이다. 어느 날 ‘기쁨’과 ‘슬픔’이 타워에서 이탈하는 사고가 벌어지고, 라일리는 웃음을 잃고 까칠한 아이가 된다. ‘기쁨’과 ‘슬픔’은 라일리를 되돌리기 위해 복잡한 내면세계를 여행하며 타워로 돌아가려 애쓴다.

 ‘몬스터 주식회사’(2001)와 ‘업’(2009)을 연출했던 피트 닥터(47) 감독은 새 영화를 딸 때문에 만들게 됐다고 말한다. “어릴 때는 밝던 딸 아이가 열한 살이 되자 조용하고 내성적으로 변했어요. 대체 딸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했어요. 딸과 함께 장난치는 걸 좋아했는데 그게 사라지니 섭섭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딸의 내면을 탐사하고 싶어 시작했던 프로젝트는 완성하는 데 5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닥터 감독은 그중 3년을 오롯이 감정과 기억의 구조를 설계하는 데 썼다. 그만큼 이 세계는 놀랍도록 방대하고 정교하다. 소소한 감정이 모여 기억을 만들고 그 기억이 다시 모여 인격을 형성하는 순서도가 특히 인상적이다. 추억을 망각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또 얼마나 애잔한가.

‘토이스토리’ 시리즈(1995~)로 대표되는 픽사의 작품답게 저마다 짠한 구석이 있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모험담을 지켜보는 재미가 대단하다. ‘기쁨’과 ‘슬픔’이 마음 속에서 거쳐가는 ‘상상의 나라’ ‘꿈 제작소’ ‘잠재의식의 세계’ 등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는 듯 꿈결처럼 환상적이다. 라일리가 갓난아기 때 만들어놓은 상상 속 동물 친구 ‘빙봉’을 만나는 반가움도 빼놓을 수 없다.

 감독은 모험의 서사에서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간다. 슬픔·우울·고독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순간을 기록한 것이다. ‘기쁨’으로 충만했던 라일리가 복잡다단한 감정을 알아가며 어른이 되어가는 성숙의 여로 말이다.

 라일리의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관객의 내면으로 전염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뜻밖의 선물처럼 관객 개개인에게 ‘나를 만나는 시간’을 선사한다. 각자의 소중한 시절을 떠올려보고 찬찬히 되짚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때론 자신의 슬픔과 우울을 용기있게 마주해보자고, 그래도 좋다고 어루만져준다. 그러니 감히 장담할 수 있다. 영화가 끝나면 모든 감정들이 뒤엉켜 충만하게 벅차오를 것이라고.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102분.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장성란 기자): 마음 속 세상을 다양한 구역으로 구현한 상상력에 입이 벌어지고, 슬픔도 껴안아야한다는 삶의 진리를 그려내는 대목에서 가슴이 아련해진다. 픽사의 위대한 부활.

★★★★☆(이은선 기자): 인간의 마음과 기억이라는 거대한 우주를 여행하는 모험. 삶의 모든 순간을 긍정하기는 어렵더라도 감사하게 품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놀라운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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