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뒤 성애자'들의 전후사정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엘르] “뒤로 좀 돌아봐”라는 한 마디에 쾌락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뒤 성애자’들의 끈적한 고백들.


최근 여성의 섹시한 뒷모습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가수 박진영은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의 가사를 통해 여성의 뒤태와 엉덩이를 예찬한다. 트워킹(엉덩이를 흔들며 추는 섹스어필한 춤)을 추는 모습을 찍어 동영상 사이트에 공유하는 여성들도 생겨났다. 비현실적일 만큼 완벽한 ‘애플 힙’을 자랑하는 한 여성 트레이너는 최근 방송가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실 알고 보면 사람들이 여성의 뒷모습에서 ‘섹시함’이란 키워드를 찾아낸 게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성적 억압이 심했던 19세기 영국에서는 여성의 엉덩이가 남성을 유혹하는 신체 부위라고 여겨 정숙한 여인답게 엉덩이 실루엣이 드러나지 않는 길고 펑퍼짐한 스커트를 입도록 했다니 말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남성은 군대 동기들의 ‘단톡방’에 여자 모델의 뒷모습 사진을 공유하자 대화방에 있던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이쯤 되니 실전에서도 여성의 뒤태가 힘을 발휘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앞보단 뒤’라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토록 ‘뒤’가 좋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곡선의 유혹아마 풍만한 엉덩이를 가진 여성과 밤을 보내는 걸 원하지 않는 남자는 없을 거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허리와 엉덩이가 부드럽게 이어지는 곡선이 내게는 너무나 자극적이다. 4년 전쯤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청순한 외모의 여자친구를 사귄 적 있다. 평소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그녀였지만 침대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장만 보고 누워 나를 애태웠다. 매번 그녀의 감흥 없는(?) 앞모습만 보면서 관계에 몰입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녀도 눈치챘는지 어느 날 내게 엉덩이를 보이며 돌아눕는 게 아닌가. 가늘고 부드럽게 뻗은 허리선과 하트 모양의 엉덩이를 보니 갑자기 흥분 게이지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 장면이 사진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 (30세, 남, 회사원)

하나가 되는 순간그가 날 안아 주는 게 좋다. 침대에서도 마찬가지다. 뒤에서 나를 안고 관계할 땐 사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격렬한 성적 행위가 아니라 함께 누워서 쉬고 있는 것 같은 편안한 기분. 그 어떤 체위보다 서로의 몸을 밀착할 수 있어 마치 한 몸이 된 느낌이다. 서로 조금씩만 움직여도 미세한 자극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는 샤워 후 덜 마른 내 머리카락의 향을 맡기도 하고 귓속말로 “사랑한다”고 속삭여준다. 그럴 때면 그가 지금쯤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내 몸 어디를 보고 있는 건지 상상이 돼 몸이 달아오른다. 가끔 나란히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섹스 그 이상의 감정이 든다. 나른한 주말 오후엔 그 상태로 잠이 들기도 한다. (32세, 여, 무직)

정복 본능의 충족
난 여자친구가 원하는 건 뭐든 해 주는 순종적인 타입의 남자다. 하지만 이런 내게도 내면 깊숙한 곳에 ‘정복의 본능’이란 게 존재하나 보다. 이상하게 섹스할 때만큼은 게임의 주도권을 잡고 싶다. 이런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체위가 바로 ‘후배위’다. 변태는 절대 아니지만, 그녀의 매끈한 어깨를 잡고 강하게 밀어붙이면 꼼짝 못하고 나를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도파민이 마구 샘솟는 것 같다. 한번은 가평의 한 펜션으로 단둘이 여행을 간 적 있었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부엌에 서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성난 ‘그놈’을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식탁을 부여잡았고 난 그렇게 또 한 번 이성을 잃었다. (29세, 남, 의사)

자신감이 주는 쾌락남자친구 위에 올라앉아 그에게 내 뒷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 허리를 조금만 꺾으면 과장되게 커 보이는 엉덩이 덕에 몸매가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모든 감각을 곤두세워 사랑을 느껴도 모자랄 때 최대한 자연스럽게 볼록 나온 배에 힘을 주거나 양팔로 빈약한 가슴을 모으기 위해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게다가 섹시한 내 뒤태를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을 그를 상상하면 오히려 내가 더 흥분되는 것 같다. 일단 자신감을 장전한 뒤엔 엉덩이를 부드럽게 마찰시키는 것부터 시작해 평소 해보고 싶던 기술들을 마음껏 시도한다. 그러면 정상 체위에선 경험하기 힘든 질 뒤쪽 G스폿이 자극되면서 뜨거운 절정을 맞이한다. (29세, 여, 항공사 승무원)

하얀 엉덩이를 ‘찰싹’‘스팽킹’의 매력에 빠진 건 전 여자친구 때문이다. 그녀는 침대 위에서 내 엉덩이를 때리거나 강하게 움켜쥐곤 했다. 당시엔 이해가 안 갔는데 어느새 익숙해진 걸까? 이젠 내가 여자들의 엉덩이를 탐닉하게 됐다. 덩달아 때리기 좋은(?) 자세를 선호하게 됐고. 뒤로 돌아 허리를 숙인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면 순간적으로 질이 수축하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여자들도 좋아하는 눈치다. 아니라면 야릇한 신음 대신 옷을 챙겨 도망갔겠지. 마치 연두부처럼 희고 부드러운 엉덩이와 잘록한 허리선 그리고 뒤꿈치 위로 드러나는 아킬레스건…. 상상만으로도 발가락 사이가 찌릿하다. (34세, 남, 회계사)

글 김보라 엘르 기자, 사진 TRUNK ARCHIVE, 디자인 최인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