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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재무장관, 새 협상문서 안 가져와 … 말로만 설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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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치프라스

벼랑 끝에 서 있는 그리스가 7일(현지시간) ‘데드라인’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하루 유예 조치를 받았다. 5일 국민투표에서 승리한 그리스 정부는 이틀 뒤인 7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 나라) 정상회의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에 새 개혁안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상 회의에선 문서 형태로 제출하지 못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이날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반대한다. 그걸 막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했지만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그리스 정부와의) 신뢰가 구축되지 않고 믿을 만한 개혁안이 없다면 그렉시트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맞설 정도로 우호적이지 않은 기류가 강한 터였다.

 그 때문에 먼저 열린 유로그룹 회의에선 “새 개혁안이 없다니…”란 웅성거림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가 ‘공수표’를 날린 격이어서다. 한 내부 소식통은 그러나 “비록 문서를 제출하진 않았지만 어제 그리스의 새 재무장관이 된 유클리드 차칼로토스가 앞으로의 개혁 방향에 대해 설명을 잘했다”고 전했다.

 예룬 데이셸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회의 직후 “우린 오늘 개혁안을 가져오는 줄 알았다”면서도 “그리스가 내일 제출한다니 전화 회의를 다시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후엔 유로존 정상들이 만났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직전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따로 회동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불참했다. 그리스가 IMF의 부채를 체납하고 있는 데다 IMF가 국민투표 전에 그리스의 부채탕감 필요성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낸 것과 관련 있다고 한다. “예민할 수 있어서”란 해석이다.

 이와 별도로 치프라스 총리는 8일 유럽의회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국민투표 전에 “반대표가 많을 경우 그리스는 다른 화폐를 써야 한다”고까지 으르렁댔던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과의 전화 통화 과정에서 결정됐다고 한다. 그리스 정부의 전방위적 협상 노력인 셈이다.

 6일엔 긴박했다. ECB가 그리스 중앙은행의 긴급유동성 확충 요구를 뿌리쳤다. 담보율도 높였다. 그리스의 유일한 돈줄이 오히려 줄을 죈 격이었다. 그리스가 8일까지 이틀간 더 은행 영업정지를 하기로 한 이유였다.

 그 사이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 후 여론을 모으는 데 총력전을 벌였다. 야당 지도자들과의 6시간 마라톤협상 끝에 초당적 지지를 끌어냈다.

 올랑드 대통령이 원군으로 나섰다. 6일 파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동했다. 사전 조율 성격이었다. 둘은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묘한 시각차가 존재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연대”를 강조한 반면 메르켈 총리는 “유럽재정안정화기구의 구체적인 프로그램 협상을 시작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아 치프라스 총리의 구체적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테네=고정애 특파원, 서울=고란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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