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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선글라스, 핑크·옐로우·블루 … 컬러 입고 신비로워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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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면

이서진·박신혜 등이 야외 예능서 쓰고 나와 유행
미러 코팅은 패션용 … 자외선 차단과 상관없어
렌즈 원래 색깔 확인, 갈색이 시야 선명해 무난

‘삼시세끼’ 이서진이, ‘아빠 어디가’ 이종혁이 착용해 유명해진 오클리 ‘프로그 스킨’ 고소영·아이비가 쓰고 각자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 디올 by 사필로의 ‘소리얼(SOREAL)’ ③ ‘별그대’에서 전지현이 사용해 ‘천송이 선글라스’라는 별명이 붙은 젠틀몬스터의 ‘디디 디(DIDI D)’ 사각의 검정 테가 유행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다양한 컬러의 둥근 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우윳빛 둥근 테에 회색 미러 렌즈를 장착한 비비안웨스트우드 앵글로매니아 수지의 공항 패션으로 유명해진 칼 라거펠트의 미러 선글라스 ‘KL877SK’.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선 이서진이 빨간 고무장갑과 선글라스를 끼고 수돗가에 앉아 설거지를 한다. 거울 같은 선글라스 표면에 설거지통에 수북이 쌓인 그릇이 반사돼 보인다. 그는 이 번쩍이는 선글라스를 끼고 밭일도 하고 빵도 굽는다. ‘차도남’ 이미지의 이서진이 농사와 살림을 하면서도 ‘무심한 듯 시크해 보이는’ 이유는 바로 미러 선글라스 때문이다.

선글라스는 유행에 민감한 패션 제품이다. 유행이 바뀌는 속도도 빠르다. 불과 1~2년 전에 산 선글라스도 다시 쓰려면 이미 유행이 지나 구식으로 보인다. 개중엔 레이벤의 보잉이나 웨이페어러처럼 몇 년을 주기로 유행이 계속되는 모델도 있지만 그 인기가 지속되진 않는다. 그래서 매년 여름이면 ‘올해의 선글라스’는 무엇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선글라스 회사들은 새로운 스타일의 선글라스를 내놓기 바쁘다

지난 3월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에서 이탈리아 안경 브랜드 ‘스펙트레’의 미러 선글라스를 끼고 나온 이서진.

2015년의 선글라스는 단연 미러 렌즈 선글라스다. 지난해엔 사각 테에 알이 큰 검은 렌즈의 선글라스가 유행하더니 올해는 거울처럼 번쩍이는 미러 렌즈 선글라스가 인기다. ‘삼시세끼’에서 털털한 모습으로 농사일과 살림을 하는 이서진이 착용했던 미러 렌즈 선글라스는 올여름 히트 상품이다. SNS 인스타그램에는 연일 자신의 미러 선글라스를 자랑하는 사진들이 올라오고 TV엔 수많은 연예인이 다양한 컬러의 미러 렌즈를 장착한 선글라스를 끼고 나온다.

지난해 10% 미만이었던 롯데백화점의 미러 선글라스 판매 비중은 올해 40%에 달한다. 일반 선글라스를 미러 렌즈로 바꿔 끼는 사람이 늘면서 매장에서는 미러 렌즈 증정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김규민 롯데백화점 패션 바이어는 “지난해부터 미러 렌즈 선글라스 판매가 조금씩 늘더니 올해는 놀랄 만큼 판매량이 늘었다”며 “미러 선글라스가 인기를 끌면서 전체 선글라스 판매량도 동반 상승했고 지난 5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판매량이 20~25% 늘었다”고 말했다.

스포츠용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미러 선글라스는 원래 스포츠용이었다. 1990년대 국내에 들어온 고글형 ‘오클리’가 유명하다. 깨지지 않는 방탄 렌즈에 붉고 노란 미러 코팅을 해 야외 스포츠에서의 강렬한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용도였다. 하지만 너무 화려해 도심에서 끼기엔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2000년대 초 컴백한 서태지가 눈이 보이는 반미러 선글라스를 끼고 나온 적도 있었지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2010년 들어 항공기 조종사가 쓰는 보잉 스타일 선글라스가 유행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미러 렌즈의 인기는 그리 높지 않았다. 2000년대 가장 트렌디했던 선글라스는 색깔이 아래로 내려올수록 흐려지는 그라데이션 렌즈였다. 2010년대엔 한 가지 컬러로 된 원톤(one tone) 렌즈가 유행했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해부터 유행 조짐을 보인 미러 선글라스는 올해 정점을 찍는 분위기다. 85년부터 미러 선글라스를 판매해온 오클리의 이수현 대리는 “미러 선글라스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끈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기본이 되는 실버·골드 외에도 핑크·블루·퍼플 등 다양한 컬러의 미러 렌즈가 동시에 인기를 끌고 있다. ‘젠틀몬스터’ 신정인 디자인팀장은 “여성들은 핑크·레드·퍼플처럼 신비스러우면서 화려한 느낌을, 남성은 무난하지만 역동적인 느낌의 실버·블루·옐로우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올해 선글라스는 지난해보다 렌즈가 더 커졌다. 얼굴 절반을 덮을 정도다. 형태는 사각형, 원형, 나비 날개처럼 렌즈 양쪽 끝이 올라간 형태가 인기다.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 푸이나 영화 ‘레옹’의 주인공이 착용했던 동그란 복고풍 선글라스도 눈에 띈다.

야외로 나간 스타들이 끼기 시작

올해 미러 렌즈의 인기는 최근 TV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 ‘무한도전’ ‘런닝맨’ ‘1박2일’ ‘정글의 법칙’ ‘꽃보다 할배’ 등 야외에서 활동하거나 여행을 콘셉트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다.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야외 활동에 적합한 선글라스로 미러 렌즈 선글라스를 선택한 것이다. 안경 수입유통업체 ‘다리 F&S’의 최형욱 마케팅팀 과장은 “특히 선글라스는 인기 연예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어떤 연예인이 끼고 나왔느냐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처음 미러 선글라스의 붐을 일으킨 건 2013년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배우 이종혁이었다. 스타일리시한 아빠 캐릭터를 선보인 이종혁이 쓴 ‘오클리’의 골드톤 미러 선글라스가 이슈가 됐다. 최근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에 출연 중인 이서진은 여러 선글라스 모델을 완판시켰다. 올해 3월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에서 착용했던 ‘스펙트레’의 미러 선글라스는 프로그램 방영 2주 만에 품절됐다. ‘삼시세끼’에서 볼 수 있는 ‘오클리 프로그스킨’은 배우 이종석과 박수진도 착용해 유명해졌다.

명품보다 하우스 브랜드

드라마 ‘별그대’에서 전지현은 젠틀몬스터의 보잉 스타일 미러 선글라스를 쓰고 나왔다.(왼쪽). 오른쪽은 지난 3월 수지가 칼 라거펠트의 미러 선글라스를 끼고 인천공항에 나타난 모습.

미러 선글라스의 인기엔 국내 선글라스 시장의 구조 변화도 배경이 됐다. 국내 브랜드 ‘젠틀몬스터’ ‘스프링 스트링스’ ‘소다몬’ 등 새로운 강자기 해외 명품 선글라스 위주의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이들을 하우스 브랜드로 분류하는데 작은 선글라스 회사가 자체적으로 디자인 생산하는 소량의 제품을 말한다. 이들이 올해 주력해서 내놓은 제품이 바로 미러 렌즈 선글라스다.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어 내다보니 연예인들이 많이 사용하고 그게 인기를 끌었다. 김규민 롯데백화점 바이어는 “올 3월 처음 입점한 젠틀몬스터가 인기를 끌면서 그간 선글라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명품 브랜드들을 위협했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에 출연 중인 하하는 ‘소다몬’의 미러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명품보다 하우스 브랜드 제품 강세

미러 렌즈와 일반 선글라스 렌즈의 기능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 안경 전문점 ‘룩 옵티컬’의 황준혁 안경사는 “미러 렌즈는 단순한 패션 상품으로 광학적인 역할은 없다”고 말한다. 코팅이 진하게 돼 있다고 해서 눈을 더 잘 보호하는 건 아니다. 선글라스에 UV 코팅이 돼 있으면 자외선이 99%이상 차단된다. 만약 UV 코팅이 안 돼 있다면 색이 진할수록 오히려 눈 건강에 안 좋다. 시야가 어두우면 동공이 확장되는데 그 상태에서 자외선을 받으면 눈에 자극을 많이 준다.

야외 활동 때는 렌즈에 코팅된 컬러보다 렌즈의 원래 색상이 무엇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파란 미러 렌즈를 착용한다고 파랗게 보이는 게 아니라 원래 렌즈 색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갈색 렌즈는 파란색을 여과시켜 시야를 선명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어디에나 무난하다. 특히 푸른색 단파장 가시광선의 차단율이 높아 물놀이에 좋다. ‘스모크 컬러’로 불리는 회색은 자연색 그대로를 선명하게 보여줘 운전할 때, 등산할 때, 자전거 탈 때 적합하다. 골프장에서는 흰색과 녹색이 선명하게 보이는 녹색 렌즈가, 야간에는 노란색을 쓰면 눈이 편하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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