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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먹이니 … 매출 164억 복돼지 됐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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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충남 보령시 청소면 진죽리에 있는 돼지카페에서 윤영우(오른쪽) 서부충남 고품질 양돈클러스터 사업단장과 종업원들이 ‘마블로즈’ 돼지고기를 소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국 최대 양돈단지인데도 내세울 만한 브랜드가 없었다. 농가는 돼지를 키워 파는 데 급급했다. 그런데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오메가3지방산으로 품질을 차별화하고 장미꽃을 연상케 하는 브랜드 ‘마블로즈’를 개발했다. 농가는 전보다 연간 최고 7000만원의 추가 소득을 올렸다. 충남 홍성·보령 지역 양돈영농조합인 ‘서부충남 고품질 양돈클러스터 사업단’ 얘기다.

 사업단은 2009년 윤영우(54)씨를 중심으로 설립됐다. 충북 제천 출신인 윤씨는 2006년 홍성의 도축 시설인 ‘홍주미트’ 상무를 맡으며 홍성과 인연을 맺었다. 홍성은 돼지 48만마리를 키우는 양돈단지인데도 유통 구조가 복잡해 농가와 소비자 모두 손해를 보고 있었다. 윤씨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기로 하고 주변 농가에게 제안했다. 윤씨 등 61개 축산 농가가 7억원을 모아 영농조합을 설립했다.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역전략식품육성사업에 응모해 사업비 62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돈으로 보령시 청소면 진죽리의 폐교를 매입해 리모델링했다. 여기에 100석 규모의 음식점과 정육점, 소시지 만들기 체험관 등을 만들었다. 인근에는 소시지 공장도 지었다. 생산자가 직접 판매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유통 단계를 ‘축산농가→도축장→경매장→도매→정육점→식당→소비자’ 등 7단계에서 ‘축산농가→도축장→식당→소비자’의 4단계로 줄였다. 시설은 모두 ‘돼지카페’라고 이름 붙였다. 윤씨는 “돼지고기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카페로 불렀다”고 말했다.

 사료와 브랜드 개발에도 나섰다. 바다에 접해 있는 지역 특성에 착안해 생선을 돼지에 먹였다. 생선에 많은 DHA 성분을 가진 돼지고기를 생산해보려는 취지였다. 단국대 생명자원과학대학 연구팀과 생선을 먹인 돼지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오메가3지방산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불포화 지방산도 풍부해졌고 돼지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았다.

 브랜드는 20~30대 주부의 관심을 끄는 데 초점을 맞춰 ‘마블로즈’로 했다. 현재 마블로즈 돼지고기 취급 음식점은 대전·충남·경기 지역에 12곳이 있다. 가격은 삼겹살이 1인분(200g)에 1만1000원으로 시중보다 10%가량 싸다. 폐교에 차린 음식점에는 주말이면 전국에서 400여 명이 찾는다.

 사업단 매출은 2011년 95억원에서 지난해 164억원으로 늘었다. 조합원들의 연소득도 5000만~7000만원씩 증가했다. 조합원들은 매년 출자금의 10~20%를 배당받는다. 충남도는 사업단을 3농 혁신의 모범 사례로 선정하고 2012~2013년 설비 투자금 명목 등으로 10억원을 지원했다. 윤씨는 “숙박과 농촌체험 시설 등을 두루 갖춘 ‘돼지공원’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보령=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3농 혁신=안희정 충남지사의 핵심 사업이다. 3농은 농어업·농어촌·농어민을 뜻한다. 친환경·고품질 농산물 생산, 지역 식품(local food) 소비 체계 구축, 도농 교류 활성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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