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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수요 살아나고 있는데 …” 자동차·전자·조선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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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6일(현지시간) 국내 한 조선업체의 아테네 지점에 근무하는 김모(36)씨는 새벽까지 사무실에 있었다. 그리스 사태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한 보고서를 만들어 한국 임직원들이 출근하기 전까지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작성한 보고서의 요지는 ‘당장 타격은 크지 않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번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였다.

 국내 산업계는 김씨의 보고서처럼 사태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리스만 따지면 교역액이 우리나라 전체 교역액의 0.1%에 불과한 데다 2012년 그리스 위기 당시 ‘예방주사’를 맞은 만큼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다른 유럽 국가로 번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리 수출에서 유럽의 비중은 12%나 되기 때문이다. 김성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때처럼 그리스에서 촉발된 위기가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같은 나라로 파급될 경우 유럽 경기침체로 이어져 수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對)유럽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전자·조선해운과 석유화학·건설 분야 기상도가 ‘흐림’으로 전망된다. 특히 조선업계는 그리스 사태로 인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올 1~5월 대그리스 선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했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그리스의 대형 해운사들이 금융경색으로 돈줄이 묶이면서 발주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도 긴장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결제 통화를 다변화하고 체코·터키 공장의 생산 물량을 늘려 현지 수요에 대응하는 식으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리스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LG전자도 “매출 비중은 작지만 수출 변동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유사 관계자는 “유럽 수요가 살아나던 국면에서 그리스 사태가 악화돼 대응책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KOTRA는 긴급 보고서를 내고 유로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기원 KOTRA 아테네 무역관장은 “기업들은 그리스 업체와 계약서를 쓸 때 대금 지급수단을 안전한 유로·달러로 기록해야 한다. 계약서 작성 시 국제중재 조항을 넣으면 양자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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