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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그리스’ … 코스피 50P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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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그리스 악재’로 6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4% 급락한 2053.93으로 장을 마감했다. 달러당 원화 환율은 3.5원 오른 1126.5원(원화값 하락)에 거래를 마쳤다. [오종택 기자]

‘시장은 악재보다 불확실성을 싫어한다’는 말을 재확인한 하루였다.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6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4% 급락한 2053.93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12년 6월 4일(-51.38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연일 최고가를 새로 쓰던 코스닥도 힘을 쓰지 못하고 2.24% 주저앉았다. 부양책이 발표된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1~3% 떨어졌다. 전날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는 소식이 시장을 짓눌렀다.

 그리스 사태는 그 자체로 악재이기도 하지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도 악재지만 예상돼온 변수인 만큼 시장은 차분하게 반응해 왔다”며 “그리스 사태는 앞으로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당장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그렉시트가 일어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일단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보유한 35억 유로 규모의 그리스 국채 만기가 돌아오는 20일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그리스는 이 빚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ECB와 채권단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시장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채권단이 긴급유동성지원(ELA)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그리스를 고사시키는 전략을 쓸 수도 있고, ELA를 전면 중단해 그렉시트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으며, 그리스의 요구를 받아들여 구제협상을 재개할 수도 있다”며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지금 분명한 건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의 충격은 피하기 어렵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수출 부진 등으로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둔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 악재까지 덮쳤다”며 “당분간 코스피 시장은 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종별로 충격의 정도는 다를 수 있다. 김지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럽 매출 비중이 큰 자동차업종은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유럽 선박금융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조선업계는 큰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도 하락(환율 상승) 압력을 받게 됐다. 달러화와 엔화 강세현상이 심화되면 신흥국 통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날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는 3.5원 내린 1126.5원에 장을 마쳤다. 정부는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그리스 사태 해결 과정이 장기화되고 향후 상황도 시장의 예상과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멀리 보고 긴 호흡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호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면 정부와 협의해 각종 시장 안정화 조치를 강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글=정선언·조현숙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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