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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 가르는 젊은 지성들 … 하버드·옥스퍼드도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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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찬호·양학선, 성화 점화 … 우정의 열전 12일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가 12일 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3일 열린 개막식 최종 점화는 1993년 버펄로 대회에 출전했던 ‘한국 야구의 전설’ 박찬호(42)와 2012년 런던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23)이 함께 맡았다. 이날 개막식에는 알파벳 순으로 아제르바이잔 선수단이 가장 먼저 입장했으며 한국은 가장 마지막에 경기장에 들어섰다. 25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내 종합 3위 입상을 목표로 세운 한국 선수단이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U대회) 개막일인 3일 충북 충주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

 세계 각국의 명문대 엠블럼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조정 선수들이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광주 U대회 조정에는 미국 하버드, 영국 옥스퍼드, 캐나다 UBC(브리티시컬럼비아), 일본 와세다, 중국 상하이 자이퉁 등 세계적인 명문대 소속 학생들이 대거 참가했다. 광주 U대회는 광주시와 전라남도 일대에서 열리지만 조정만 경기장 여건상 충주에서 치러진다. 조정은 5일부터 사흘 동안 36개국 353명이 참가해 금메달 13개를 두고 겨룬다.

 유니버시아드(Universiade)는 ‘대학(University)’과 ‘올림피아드(Olympiad)’의 합성어다. 지구촌 대학생들이 스포츠를 통해 교육과 문화를 발전시키고 우정을 나누는 종합경기대회다. 조정은 대학스포츠와 U대회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종목이다.

 스포츠 역사가들은 대학 스포츠 라이벌전의 원조로 조정을 꼽는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가 1829년 런던 템스강에서 6.8㎞ 조정 레이스를 펼친 게 시초다. ‘더 보트 레이스(The Boat Race)’라 불리는 양교의 맞대결은 1856년부터 연례화됐고, 25만 명 이상이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조정은 팀워크가 필수다. 명문대생으로 구성된 미국 조정 에이트 대표팀이 3일 충주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서 우승을 다짐하고 있다. [충주=김성룡 기자]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사학 하버드대와 예일대는 1852년부터 조정 맞대결을 펼쳤다. 하버드대는 붉은 계열, 예일은 파랑 계열 옷을 입고 150차례 맞붙었다. 역대 전적은 하버드가 95승55패로 앞서 있다.

 3일 충주 경기장에서 만난 프린스턴대 출신인 찰리 설리번(51) 미국 조정 코치는 “17세기 중반 영국 템스강 중심으로 보트가 널리 보급되면서 조정 경기가 시작됐다”며 “아이비리그 대학을 중심으로 조정팀들이 생기면서 신사의 스포츠로 명성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비리그를 대표하는 하버드·프린스턴·예일대 등 3개 대학 조정대회 열기도 뜨겁다. 설리번 코치는 “하버드 학생들은 항상 콧대가 높지만 우리 상대가 되지 못한다. 예일대는 학창시절 4전 전승을 거둔 팀이라 라이벌로도 쳐주고 싶지 않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번 대회 조정에 하버드대의 주리믹 우담은 에스토니아 대표, 옥스퍼드대의 토머스 왓슨은 캐나다 대표로 나선다. 예일대에 재학 중인 트르지빈스키는 독일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정 에이트(Eight, M8+)에 출전하는 미국 대표팀은 워싱턴대·미시간대 등 명문대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조정의 꽃은 에이트 경기다. 배의 방향을 조정하는 콕스와 노를 잡는 8명 선수가 길이 19.9m, 무게 96㎏의 보트에 타고 경기를 치른다. 2㎞ 코스를 가는 동안 쉴새없이 노를 젓느라 한 번 레이스를 하면 몸무게 1.5㎏이나 빠질 정도로 체력소모가 심하다.

 2013년 러시아 카잔 U대회 조정에선 러시아·독일·리투아니아가 금메달 3개씩을 따냈다. 미국은 이번 대회 에이트 등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미국에서 조정은 엘리트 선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국 대표팀 케빈 오코너(22)는 워싱턴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이다. 그는 “조정은 유니버시아드 정신을 대변하는 종목이다. 프로스포츠 선수들과 달리 우리는 순수하게 조정이 좋아서 운동을 한다”며 “6시간 학교 수업을 듣고 3시간 동안 조정 훈련을 한다. 졸업 후엔 로스쿨에 진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클라호마시티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하는 하조 하비보비치(22)는 “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조정 선수 생활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정 에이트는 5~6분 사이에 2㎞를 주파하는 경기지만 불과 몇 cm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 설리번 코치는 “농구는 최약체 팀이라도 르브론 제임스(미국) 한 명만 있으면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지만 조정은 선수 한 명이 혼자 잘한다고 해서 팀이 이길 수 없다. 모든 선수가 힘을 합쳐야 챔피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1972년 시작된 ‘문무전(文武戰)’은 문과 무를 상징하는 서울대와 해군사관학교 간의 조정 정기전으로 TV로 생중계될 정도로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U대회에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싱글스컬 금메달리스트 김예지(21) 등 10명이 7종목에 출전한다.

충주=박린·김원 기자 rpark7@joongang.co.kr

오늘의 광주 유니버시아드

◆ 4일 (토)

▶ 축구 여자 A조 조별리그 2차전 한국-대만(오후 4시30분·호남대 축구장)
▶ 유도 남자 100㎏급, +100㎏급, 여자 78㎏급, +78㎏급 결승(오후 6시15분·염주빛고을 체육관·조구함 등)
▶ 펜싱 남자 사브르, 여자 에페 개인 결승(오후 7시40분·김대중컨벤션센터)
▶ 수영 400m 계영, 400m 자유형 릴레이(오후 8시·남부대 국제수영장)

◆ 5일 (일)

▶ 축구 남자 A조 조별리그 2차전 한국-이탈리아(오후 4시30분·정읍 공설운동장)
▶ 유도 남자 81㎏급, 90㎏급, 여자 63㎏급, 70㎏급 결승(오후 6시15분·염주빛고을 체육관·왕기춘 등)
▶ 펜싱 남자 에페, 여자 플뢰레 개인 결승(오후 7시50분·김대중컨벤션센터)
▶ 수영 남자 50m 접영, 100m 배영, 100m 평영, 800m 자유형, 여자 50m 접영 등 결승(오후 7시·남부대 국제수영장)
▶ 사격 남녀 개인 10m 공기소총, 여자 개인 트랩 결선(오후 1시·나주전남종합사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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