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순항」전제로한 이상적 청사진|「2천년의 국가장기발전」KDI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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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00년의 모습을 누가 그리든 아직은 상상도를 넘어서기 어렵다.
「2천년의 국가장기발전구상」을 내놓은 KDI자신도 객관적인 전망이라기 보다는 정책의지가 복합된 「청사진적」인 연구보고서임을 전제로 하고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가 청사진의 단순한 제시에서 벗어나 각 부문별로 문제점을지적,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막연히 잘살게 된다는 식이 아니라 잘살게 되려면 지금의 이러이러한 모순과 비효율을 필수적으로 제거해 나가야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종래 경제 일변도의 미래전망에서 탈피해 정치·사회적방향설정까지 못박았다는점에서 주목을 끈다.
어쨌든 보고서에 나타난 2000년의 모습은 모든 것이 잘풀려나갈 것이라는 전제아래짜여진 이상적조합이다. 문제는 KDI도 지적한것처럼 각부문에서 당면하고있는 과제들을 여하히 풀어나가는가에 달려있다.
2000년의 1인당GNP를 5건달러(84년가격)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설정은 달성가능성이 가장 높은 목표의 하나다. 연평균 7∼8%씩의성장은 다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대체될수없는 정책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2000년대장기구상의 근본취지가 과거와 같은 성장 일변도의 폐해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것인만큼 GNP나 수출실적등의 계량적평가는 별의미가 없다.
이 보고서는 「선진2천년」을 평가하는 2가지 가늠자로서 정치쪽에서의 자유민주주의 토착화와 경제쪽에서의 자유경쟁체제 확립등을 꼽았다.
특히 평화적 정권교체와 지방자치제 실시등을 선결요건으로 지적한것은 그동안 낭비해온 정치적에너지를 집결시켜야만이 지속적인 경제발전도 가능하다는 매우 근본적인 접근으로 해석될만하다.
2000년을 전망하는 과정에서 당면하는 과제는 급속한 증가를 계속하는 인구문제로부터 출발한다. 15년사이에 1천만명이 늘어난다. 갈길은 바쁜데 짊어질 짐은 갈수록 무거워지는 격이다.
제한된 좁은땅에서 4친만의 경제와 5천만의 경제는 GNP의 차원을 떠나 근본적으로 달라질수 밖에 없기때문이다.
늘어나는 취업인구를 흡수할 새일자리를 비롯해 가속되는 도시집중현상·주택난·환경오염·노령화현상·빈부격차등 오히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더욱 첨예화될 문제들을 잔뜩 안고있다.
결국 이같은 문제들에 대처할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각부문의 제도개선을 통한 효율화로 성장잠재력을 키워나갈수밖에 없다고 KDI는 결론을 내리고있다.
첫번째 난제는 역시 교육문야의 제도개선이다. 내세울자원은 「사람」뿐인데도 이렇다할 인력수급계획조차 짜여진일이 없고 각급학교 입시제도는 고치고 또 고쳐도 더많은 부작용들이 쌓여왔다. 교육문제 자체가 장기과제인만큼 2000년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고쳐나갈지 주목거리다.
수도권 집중문제를 비롯한 대도시 비대현상도 구조적으로 얽혀있는 숙제다.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소득이 오른다해도 실질적인 생활환경의 개선은 기대할수 없다. 2000년까지 총인구가1 천만명이 증가하는 반면 도시인구는 1천5백만명의 증가가 예상되므로 대도시집중문제는 그만큼 더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KDI도 이번연구과정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서울의 이전문제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단 「기능의 지방분산」이라는 중간적이 입장을 취했다. 정치적 결단사항으로 미룬셈이다.
어쨌든 1천만명의 인구증가를 공간적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라도 대도시의 비대억제와 함께 중소지방도시의 육성책이 절실해질 것이다. 지방자치제의 실시 스케줄이 어떻게 짜여지느냐와도 밀접한 관계가 지어질 것이다.
농촌부문의 전환 또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영농의 대형화를 위해서는 토지소유상한제의 철폐가 따라야하고 이는 곧 현행농지제도의 전면개혁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구조전환을 어떻게 물어나갈지도 문제다. 섬유 철강 시멘트등 기존주력업종들의 성장세가 80년대말을 깃점으로 벽에 부닥칠 전망이고보면 주력업종의 이같은 사양성을 여하히 극복하고 침단산업쪽으로 이행해나가는가하는 점이다.
봉급생활자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노사문제도 숙젯거리다.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갈수록 심각해질 문제다.「선진2처년」은 이같은 과제들을 모두 극복했을때 가능한 이야기다. KDI가 발표한 이번보고서는 총괄시안의 성격이고 관련 11개연구기관이 금년안에 부문별보고서를 보다 구체화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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