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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에 희망 심는 한빛부대 선발 경쟁률 13대1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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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재건지원단 한빛부대 5진 1제대가 1일(현지시간) 남수단 종글레이주 보르 기지에 도착했다. 서울공항에서 지난달 29일 출발한 160여명의 1제대 인원들은 항공기 급유를 위해 두바이를 경유한 뒤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남수단의 수도 주바로 향하는 항공기로 환승했다. 주바에 도착한 이들은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 톰핑 기지에서 숙영하고 이튿날 UN이 제공하는 헬기에 나눠 타고 한빛부대의 주둔지 보르 까지 올 수 있었다. 한빛부대 4진과 5진의 교대를 위해서다.

“한빛부대 열정을 남수단의 평화로!”

한빛부대 5진 김병춘(대령) 단장과 1제대 인원들이 보르공항에 첫발을 내딛고 있다. 사진=국방부 공동취재단

1만 4000km. 한빛부대 5진이 남수단의 재건을 위해 날아간 거리다. 5진 1제대 인원들이 서울공항을 출발한 후 보르 기지에 첫발을 딛고 부대구호를 외칠 때 까지 약 44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인원은 출발 3일만인 2일에야 보르 기지에 도착했다. 교대를 위한 이동과정은 열악한 현지사정 변화로 인해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5진 장병들을 태운 전세기가 대한민국 영공을 벗어나는 순간 무운장도를 기원하는 기내방송과 함께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비행하는 항공기 내에서 합창하는 일은 흔치 않지만 장병들의 사기 고양과 애국심 함양을 위해 부대 측에서 항공사에 양해를 구해 준비한 이벤트다. 애국가에 이어 부대가를 이어 부르는 장병들의 목소리에서 강한 의지와 힘이 느껴졌다.

“엔테베 공항에 큰 비가 와서 4진 철수 1제대가 주바에서 출발을 못 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5진의 두바이 대기시간이 당초 2시간에서 8시간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8시간 50분을 날아 두바이에 도착한 뒤 한빛부대 백승국(소령) 5진 지원과장은 이동계획 변경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나의 단계에서 차질이 발생하자 이어지는 항공 일정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UN이 지원하는 헬기 이동이 스케줄을 잡는 것이 가장 복잡한 부분이었다. 백 지원과장은 “이동 작전의 가장 큰 난점은 기상”이라면서 “최대한 우리가 바라는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빛부대 4진 박원대(대령) 단장과 부대원들이 보르 기지에 도착한 5진 인원들을 환영한다. 사진=국방부 공동취재단

두바이에서 다시 5시간 이상을 비행해 도착한 엔테베에서는 귀국의 설렘이 얼굴에 가득한 4진 철수 1제대 장병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5진 장병들과 만남의 기쁨을 나눈 뒤 5진이 타고 온 전세기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확산을 막기 위한 우간다 측의 체열 측정과 문진을 받은 5진 장병은 규모가 작은 항공기 2대에 나눠타고 남수단을 향했다. 주바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행한 바 있는 에볼라 관련 검사가 진행됐다. 5진 1제대가 예정보다 늦은 시간에 주바에 도착해 이날 예정된 헬기 이동이 모두 다음날로 연기되면서 장병들은 전원 주바에 있는 UN 톰핑 기지에서 숙영하게 됐다. 5진 1제대 첫 장병들이 보르 기지에 도착한 것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이튿날 점심시간 쯤이었다.

이에 대해 한빛부대 4진 관계자는 “4진의 경우 1제대 마지막 인원이 보르에 오기까지 꼬박 1주일이 걸렸다”며 “5진의 이동은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멀고 길고 힘겨울 수 있는 여정이었지만, 5진 장병들 모두는 기대로 가득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이는 부대원 가운데 대부분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지원자들이기 때문. 한빛부대 5진은 간부의 경우 경쟁률 4대 1, 병사들은 경쟁률이 그 3배에 달하기도 했다.

한빛부대 5진은 장교 59명, 부사관 118명, 병사 114명, 군무원 2명 등 모두 293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공병대와 경비대 등 모체부대 소속으로 파병된 인원보다 선발을 거친 인원의 숫자가 좀 더 많다. 특히 병사들의 경우는 경비대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앙선발이며, 경쟁도 치열하다.

이번에 파병된 한빛부대 5진은 유학 중에 입대한 부대원이 27명에 이르는 등 유학파와 파병 유경험자가 많아 눈길을 끈다. 황용태(대위) 5진 인사장교는 “많은 병사들이 경력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해외 파병 부대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투철한 봉사의식과 책임감이 없으면 파병임무 적응에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파병 부대는 이역만리에서 8개월간 함께 지내야 할 전우에 대한 이해, 국가를 대표한다는 마음가짐, 열린 마음과 좋은 인성 등을 가진 인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보르(남수단)=국방부 공동취재단,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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