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모델 쏘나타 … 현대차의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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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2일 서울 반포동 플로팅아일랜드에서 ‘2016년형 쏘나타 신차 발표회’를 열고 2.0 가솔린, 1.6 터보 등 총 7가지 모델을 발표했다. 사진 왼쪽부터 쏘나타 1.6 터보, 1.7 디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사진 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수입차 공세 속에서 시장 점유율 ‘41%’를 지키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꺼내든 카드는 ‘본질로부터’다. 자동차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연료 효율, 소비자들이 차를 살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가격, 이 두 가지 측면에서의 혁신으로 내우외환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2일 현대차는 서울 반포동 플로팅아일랜드(세빛섬)에서 1.6 터보, 1.7 디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총 7가지 엔진 라인업을 갖춘 ‘2016년형 쏘나타’를 발표했다. 1985년 출시 이후 30년간 700만 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현대차를 대표해온 쏘나타에 1600cc 엔진이 탑재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외제차를 잡고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 41%를 사수하라”는 정몽구(77)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라 당초 일정보다 두 달 일찍 출시됐다. <본지 5월 19일자 b1면>

 신형 쏘나타는 ‘중형차=2000cc’라는 등식을 정립한 현대차가 스스로 그 공식을 깨뜨린 첫 작품이다. 엔진은 작아졌지만 연료 효율은 높아졌다. 특히 1.6 터보 모델은 직분사(Gdi) 엔진을 장착하면서도 파워트레인(동력전달계)으로 7단 더블클러치트랜스미션(DCT)을 얹어 연비를 L당 12.7~13.4㎞까지 올렸다. BMW 518d, 폴크스바겐 파사트 등 독일 중형차를 경쟁 타깃으로 설정한 1.7 디젤 모델은 연료 효율이 L당 16.8㎞에 달한다. 여기에 당초 3분기 말(9월) 출시 예정인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까지 함께 시장에 나왔다. 쏘나타 PHEV는 전기 제품을 콘센트에 꽂듯이 자동차를 전기 충전해 쓸 수 있는 모델로 전기 충전을 통해 배터리를 100% 충전하면 44㎞를 엔진 대신 전기 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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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측면에서도 소비자 의견을 받아들여 같은 쏘나타지만 기본형과 터보, 하이브리드 세 가지 계열로 차별화했다. 2.0 모델은 절제미를 강조하지만 터보 모델은 20~30대 소비자를 겨냥해 램프 모양을 역동적 형태로 바꿨고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면부 라디에이터를 다른 모델보다 훨씬 크게 제작했다.

 가격은 오히려 싸졌다. 주력 모델인 쏘나타 2.0 CVVL의 경우 가격대가 2255만~2955만원으로 형성됐지만 신형 모델은 10만원 내린 2245만원부터 차량을 살 수 있다. 다른 모델들은 모두 가격을 동결시켰다. 본인을 포함해 형제·자매가 쏘나타를 구매한 적이 있는 소비자에게는 30만원을 추가로 할인해준다.

 현대차가 쏘나타를 7가지 엔진 라인업을 갖춘 ‘트랜스포머’로 변신시킨 이유는 간단하다. 내수 시장에서 쏘나타의 월간 판매량을 1만 대 이상으로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쏘나타 국민차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올 들어 쏘나타는 6월까지 5만314대 팔리면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8.3% 줄어들었다. 쏘나타의 부진은 곧 현대차의 부진으로 이어져 올 상반기(1~6월) 현대차의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33만6079대에 그쳤다.

 가격이나 기술 측면에서는 현대차가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위기 탈출을 위해 여전히 극복할 과제도 있다. 매년 여름 벌어지는 노사 갈등, 노조의 지나친 요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기술과 가격 혁신 못지않게 노사 관계 등 회사 평판도가 글로벌 시장에서 갈수록 영향을 미치는 만큼 회사뿐만 아니라 노조 도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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