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이 두번째 결혼? … "일부다처제 인정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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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빅토리아, 네이선 콜리어, 크리스틴

‘남편이 결혼했다’.

소설(‘아내가 결혼했다’)의 패러디가 아니다. 미국 몬태나주에서 벌어진 일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부남이 사실혼 관계에 있는 두 번째 부인과의 법적 결혼을 허가해 달라는 혼인 신고서를 제출했다.

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몬태나에 사는 네이선 콜리어(46)는 지난달 30일 옐로스톤 카운티 지방법원에 법적으로 일부다처제를 인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는 “이는 결혼 제도의 평등성에 관한 문제”라며 “일부다처제에 대한 인정 없이는 결혼의 평등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혼인 신청이 거부될 경우 소송까지 불사할 계획이다.

일부다처제는 중혼과 동의어가 아니다. 일부다처제는 한 명의 남편과 한 명 이상의 부인으로 이루어진 결혼형태다. 중혼은 결혼한 배우자와 이혼을 하지 않은 채 또 다른 배우자와 결혼하는 불법 행위다. 몬태나는 다른 미국의 50개 주와 마찬가지로 중혼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부다처제에 대한 명확한 금지 규정은 없다.

법원은 “몬태나의 중혼 금지법을 검토한 후 다음주까지 공식 답변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26일 미 연방대법원은 동성 결혼 합헌 결정을 내렸다. 존 로버츠 수석 대법관은 동성 결혼 합헌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면 일부다처제 관계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자신들이 결혼 평등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같은 법적 논쟁을 벌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콜리어는 이 같은 발언에 영감을 받아 혼인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첫 번째 부인인 빅토리아(40)와 2000년 결혼했다. 두 번째 부인인 크리스틴과는 2007년 결혼식만 올리고, 중혼 금지 법률 규정 때문에 법적으로 혼인 신고는 하지 못했다.

그는 과거 모르몬교 신자였지만 일부다처 때문에 교단에서 축출됐다. 과거 모르몬교는 일부다처제를 시행했지만, 이것이 법에 어긋나 문제가 되자 1890년 이래로 금지했다. 그러나 모르몬교에서 갈라져 나온 급진적 분파들은 여전히 암암리에 일부다처제를 시행하고 있다.

콜리어는 두 명의 부인과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두 번째 부인의 존재를 숨기는 데 이력이 난 상태다. 그는 “두 번째 아내 크리스틴은 그간 충분히 고생했다”며 “아내로서의 법적 권리를 충분히 누릴 만하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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