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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쿠바 대사관 20일 재개설 … 오바마 “케리, 여름에 방문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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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해 12월 미국·쿠바 수교 발표를 기념해 쿠바 남성이 발코니에 두 나라 국기를 걸었다. [중앙포토]

미국과 쿠바가 1일(현지시간) 올 여름 각각 수도인 아바나와 워싱턴에 대사관을 상호 개설한다고 발표하며 반세기 만의 적대 관계를 공식 청산했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된데 이어 61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쿠바와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 후 54년 만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래를 향한 역사적 발걸음”이라며 양국간 대사관 재개설을 알렸다. 주쿠바 미국 대사관은 현재 아바나의 미국 이익대표부 자리에 이달중 들어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이곳은 원래 단교 이전에 미국 대사관이 있었던 자리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이달 20일께 대사관을 재개설할 것을 제안하는 친서를 전달했다고 외신들이 쿠바 당국을 인용해 전했다.

 양국 대사관 복원은 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로 상징되는 미·소 냉전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당시 쿠바에 만들어지던 소련의 미사일 기지를 막으려는 미국과 이를 지키려던 소련이 쿠바 봉쇄를 놓고 대치하며 쿠바 앞바다에서 미국 함대와 소련 선단이 충돌 직전까지 갔다. 그런 쿠바가 핵전쟁 위기를 부른 당사자에서 이번엔 냉전 청산의 공동 주연으로 변신했다.

 양국 관계를 정상화한 동력은 현실이다. 쿠바는 낙후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미국의 금수 조치 해제가 필요했고, 오바마 정부는 쿠바 고립 정책을 현실과는 무관한 구시대의 낡은 유산으로 평가절하했다. 중국이 침투하는 중남미 국가들을 끌어안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오히려 국교 정상화로 쿠바에 민주주의를 확산시켜 쿠바를 바꿀 수 있다는 쿠바 포용정책을 내걸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존 케리 국무장관이 올 여름 대사관 개설 때 쿠바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후 양국 관계 정상화의 정점은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이다. WSJ은 지난 4월 파나마에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의장을 만났던 오바마 대통령이 거의 60년 만에 쿠바를 방문하는 첫 미국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방문을 원하고 있으며 2017년 1월 임기를 마치기 전에 방문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는 백악관 보좌진들의 언급도 전했다.

 남은 관건은 쿠바와의 각종 관계 정상화 속도를 조율할 키를 쥔 공화당이다. 96년 헬름스-버튼법 등 미국 정부의 금수 조치를 담은 법을 바꾸려면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아바나의 대사관 재개설 예산 배정부터 주쿠바 대사 인준에까지 공화당이 움직여야 한다. 현재 마코 루비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공화당내 강경파는 쿠바의 현 카스트로 정권에 비판적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쿠바를 ‘정상 국가’로 국제 사회에 공인해 주면서 한반도가 지구상의 유일한 냉전 대치지역으로 남게 됐다. 북한은 냉전 시기 ‘반미 형제국’이던 쿠바와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한때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업이라고 주장하던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시대에 들어서며 핵과 경제의 동시 발전이라는 병진 노선을 공식화했다. 북한의 혁명 동지인 이란도 예정대로라면 오는 7일까지 미국과 핵 협상을 완료해 대미 관계를 개선시킨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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