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의 한국인<16>봉사로 보람찾는「한국성인 교육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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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타국에 건너와 뿌리를 내려야 하는 이민생활은 고달프다. 부지런히 일해 하루라도 먼저 자리를 잡고 보다 나은 생활을 하고자 꿈꾸는 이민들은 그래서 좀처럼 남에게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다. 이들에게는 시간이 정말 돈이다.
호놀룰루의 하와이 한국성인교육회는 하와이를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며 여러민족들과 어울려 사는 우리 교민들이 가장 우수한 문화시민으로 살아갈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하와이의 한국인교수, 교육·문화·종교계 대표등 저명인사들이 힘을 합쳐 만든 순수한 봉사단체다.
1980년 4월 박영진씨(73), 이상국박사(69·하와이대 회계학교수), 최영호박사(53·하와이대 역사학교수), 오석하씨(65)등에 의해 발족된 한국성인교육회는 발족 1개월만인 80년5월 주정부의 공익법인인가, 4개월 뒤에는 연방정부로부터 공익교육문화면세재단으로 정식 인가를 받았다. 그동안 마땅한 사무실이 없어 몇곳을 전전하다가 지난해 10월에야 팔라마가에 있는 주자선단체 건물인 팔라마 세틀먼트빌딩1층에 10평 정도의 자리를 얻게 됐다.
27년간 공무원생활을 하고 마산문화원장을 거쳐 78년 이곳에 이민온 후 계속 교육회의 이사장직을 맡고있는 박영광씨는『하와이 이민이 시작된 지 80년이 지났지만 본격적으로 이같은 단체가 교민들을 위해 일하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자육회의 주요사업으로는 2년제 노인대학 설치운영, 생활영어학교 및 한국도서관운영, 가정의 달 및 문화의 탈축전행사 등이 있고 특별사업으로 이민조상 추모제를 이민79주년을 맞이한 지난82년1월에 가졌다.
노인대학은 80년4월 하와이대학교 농과대학의 교실1개를 빌어 개설한 것으로 지난4년간 4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현재 30여명의 재학생이 있다.
80년 주교육국 사회학교로 인정받은 노인대학은 입학에 특별한 조건은 없고 이민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상식·법률 등을 매주 토요일 2시간씩 가르친다. 강의는 하와이대학의 한국인교수 등이 무보수로 맡고있다.
82년10월에 개설된 생활영어학교는 주교육국 성인학교로 인정받아 강사료를 전액 지원받고 있다.
교육회는 이밖에 한국도서관을 개설, 운영함으로써 우리말과 역사를 잊어가는 교민2, 3세들에게 조국을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82년5월에 문을 연·한국도서관은 그동안 한국정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 등의 지원과 현지교민의 기증으로 약5천권의 장서를 갖추었다.
박이사장은 그러나 교민남녀노소가 두루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장서가 2만권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뜻이있는 독지가나 본국의 출판회사들의 도움을 호소한다.
그리고 교육회 주최로 매년 5월과 10월에 열리는 가정의 달·문화의 당 축전행사는 교민사회의 단결과 미풍양속을 권장하고 경로선행시상·한글글짓기와 글씨쓰기대회도 베풀어진다. 올해부터는 처음으로 고전무용·농악경연 등도 포함됐다.
교민들을 위한 이같은 각종 일들은 교민사회 여러 사람들의 헌신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특히 박이사장은 아직 자동차도 없어 멀리 떨어진 집에서 걸어서 출퇴근하며 하루종일 각종 사업을 돌보고 있다.
교육회의 행사에 대한 교민들의 호응도는 높은 편.
서울에서 14년간 대학생들로 구성된 명성합창단을 이끌며 수십차례의 해외공연경험이 있다는 강영기씨(62)는 자신이 2년전 이곳에 온뒤 무궁화합창단을 구성했다.
목사·교수·가정주부등 중년이상 30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각종행사에 참가, 우리의 가곡·민요 등을 불러 교민들에게 뿌리를 인식하게 하고있다.
한글을 잊은 교민 2, 3세들이 영어로 토를 달아 우리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눈물을 글썽이는 것을 볼 때마다 한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그는 말했다.
이밖에 하와이 이민의 대종을 이루고있는 일본인들이 곳곳에 일어간판·네온사인 등으로 세를 파시하고 있는데 반해 한글은 거의 볼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오석하씨는 표구상을 차려 한국으로부터 선인들의 글귀액자를 들여와 교민들에게 값싸게 공급하고 있으며 각 가정에 한글보급운동도 열심히 벌이고 있다.【하와이=정봉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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