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차이나(4)한국의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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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홍콩에는 2배여개의 각국쇼핑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업종별 또는 기업별로 상품을 전시해제품의 품질과 가격을 한눈에 파악할수 있도록 한것이다. 이에비해 한국은 센터라고 불릴만한 변변한 판매장 하나도 없다. 오직 인삼이나 라면 판매점이 한국을 대표할 정도로 열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홍콩은 중공의 수출상대국으로서 제2위, 수입상대국으로는 제1위라는 중요한 교역국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홍콩은 또 대중공 수출중계기지로서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중공및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기류는 홍콩반환이후에도 중공이 한국기업의 활동에 규제를 가하지 않을것이라는 판단을 유도하고있으며 한국기업의 홍콩진출의욕을 부채질하고 있다.
올들어 7월까지 홍콩의 대중공 수출은 1백80억달러(재수출 포함)로 작년의 2배를 넘어섰다.호 화판 벤츠차에서부터 싸구려 디지틀 시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상품들이 홍콩을 거쳐 중공으로 들어갔다. 중공의 경제개방정책은 한·중공간의 간접무역폭을 더욱 넓히고 80년대 중반에는 직접교역 형태로 서서히 탈바꿈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있다.
현재 홍콩에 진출해 있는 국내업체는 모두 75개사이며 여기에는 10개 은행도 포함되어 있다. 현지법인은 23개사, 지사를 설치한 기업은 42개사다. 한국의 종합무역상사와 가전사·조선사·중공업회사들은 예외없이 홍콩에 진출해 있다.
오래전부터 홍콩에서 기반을 다져온 종합상사들은 대중공접근 전략으로 홍콩 현지법인이나 지사와 규모를 늘리고 책임자의 직급을 부장에서 이사, 또는 상무·전무급으로 승격시키는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한국기업인들은 이곳에서 중국인들과 인간적 접촉을 통한 「현장학습」에 분주하다. 그들은 홍콩을 자사선전장으로 십분 이용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공 진출전략으로는 ▲홍콩에서의 한·중공건설합작및 공공건설 참여 ▲한일또는 한미합작 진출을 적극모색. 중공경제개발에 따른 참여의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홍콩에는 중공의 무역총대리점뿐만 아니라 중공각성에서 설치한 50여개의 무역기관등 3백여개의 사업체가 있다. 중공은 이들 기관을 통해 홍공의 소매업을 포함한 유통업과 제조업·금융·부동산·건설등 거의 모든분야에 투자하고 있으며 그 금액은 미화로 5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중공은 홍콩의 최대전자회사인 코닉사의 주식을 34.8% 매입했으며 중앙은행인중국은행은 홍콩에 70총짜리 대규모 건물신축과 지점설치를 계획하는등 홍콩의 각 산업에의 개입을 강화하고있다. 중공은 특히 홍콩 장래문제에 대한 불안으로 외국기업의 투자가 침체했던 작년이후 기업의 신뢰를 내외에 과시하기위해 부동산 투자를 늘려왔다.
일본기업들도 중공진출의 기득권을 인정받을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임대사무실을 매입하는등 부동산투서 증대시켰다. 삼정물산, 삼정은행, 소니, 삼능은행들이 대형건물을 사들인 대표적인 일본기업들이다.
영국국왕 소유로 되어있는 홍콩의 토지는 오는 97년까지 판매,또는 임대할수 있으며 그계약은 홍콩이 중공에 반환되는 1997년부터 50년동안 (서기2047년까지)계속 유효하다. 금년에 매매계약용 체결한다면 앞으로 적어도 63년동안은 부동산소유권의 보호을 받는 셈이다.
홍콩이 중공에 귀속되는 97년이후에 이루어진 매매계약에 대해서는 어떤조치가 이루어질지 아직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중공당국은 97년이전에 홍콩기본법에 이를 명시할 예정이다.
존즈랭 우튼사 (국제 동산 컨설턴트회사)의 「미카엘·초이」자산투자담당부장은 『서기 2047년 이후에도 현재의 임대권자에게 기득권이 인정될 것으로 보고있다. 말하자면 어느정도의 프리미엄을 지불하면 당초의 임대권자가 일정기간 계속 부동산을 이용할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중공과 미수교국 이라는 점에서 부동산투자에 소극적이지만 그러나 중공의 대외정책을 눈여겨볼때 한국기업의 부동산매입은 모험이 아니라고 본다. 모험에서 오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한국기업의 법인 이름으로 건물을 살수도 있을 것인다. 소련도 이곳에서 부동산투자를 하고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기업의 경우 당장 자금여력이 없고 상당기간 투자자금을 부동산에 묻어 두어야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홍콩의 사무실 구입가격은 지난 79년3월 평당 3백64만원(평방피트당 1전20홍콩달러)에서 82년6월에는 1천4백28만원으로 3배나 폭등하는등 이상열기를 보였으나 홍콩장래 문제가 부각된 뒤에는 급격히 내리막세로 돌아서 현재는 5백40만원 (평방 피트당 1천5백 홍콩달러)의 보합세를 나타내고있다.
최근 일본기업의 홍콩 부동산매입붐은 토지및 건물가격이 더이상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분석에 근거를 두고일어났다.
사무실 임대료도 81년9월의 평당 월8만5천원에서 현재는 5만원선까지 내려갔다.
지난 1년여동안 홍콩의 토지·건물가격이 곤두박질하면서 부동산업체에 돈을 빌려주었던 은행과 금용회사들이 줄이어 도산했으며 살아남은 부동산회사듈온 아직도 활기서 되찾지 못한채 그 후유중에 시달리고 있다. 홍콩반환협정이 조인되면서 부동산가격은 밑바닥에서 점차 상숭기미를 보이고 있다.
어떻게 계산기를 두드리든간에 홍콩은 덤빌만한 가치가 있다고들 한다.그러나 한국기업을 위해서는 정부의 고도의 외교능력과 정밀한 상황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끝>

<홍콩 최길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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