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 대통령 ‘무언의 압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경제살리기 등 민생 현안에 대해 언급했지만 국회법 개정안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추가 언급을 할 것인지 촉각을 기울였으나 ‘2탄’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경제가 연초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극심한 가뭄 피해가 겹치면서 충격이 커지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단의 경제활성화 대책과 구조개혁 방안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주길 바란다. 시간을, 타이밍을 놓치면 돈은 돈대로, 재정은 재정대로 들어가면서 효과는 못 내기 때문에 결국 빚더미를 안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사실상 ‘불신임’한 상황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사퇴 공세를 벌이는 와중에 열린 것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박 대통령은 경제살리기 문제와 국정 핵심 과제 추진 등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의 ‘침묵’을 ‘무언의 압박’으로 해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분명한 메시지를 이미 전달했고, 해결은 새누리당 내부에서 해야 할 상황인데 굳이 다시 말씀할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후에도 아무런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말을 아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의에서 결론이 나온 것도 아닌데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정쟁의 중심에 서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기류도 감지됐지만 물밑에선 유 원내대표의 ‘버티기’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계속 버티면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 것으로 비치고 마치 세 싸움을 하는 형국으로 비칠 수 있다”며 “거취를 빨리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 원내대표가 버틴다고 하지만 결국 오래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본인이나 주변을 생각해서라도 이 정도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