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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후유증" 앓는 유니언 카바이드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3일 인도중부 보팔시의 살충제 공장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의 가스 누출 참사는 모 회사인 미국의 유니언 카바이드사를 최악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고 있다.
이 사고로 보팔시 주민 10만명 가운데 2천명 이상이 사망하고 5만여 명이 치료를 받거나 받아야할 처지에 있다.
당사자인 유니언 카바이드사는 사후의 안전조치와 원인 규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등의 문제가 무겁게 어깨를 누르고 있어 장래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의 이미지가 나빠진 것은 물론이고 종업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유니언카바이드 본사가 있는 미 코네티컷주 댄버리의 프로티스턴트 교회에는 연일 유니언카바이드사의 종업원들이 찾아와 목사에게『우리는 이 죄를 어떻게 씻어야 하겠습니까』고 묻거나『전에는 이 회사에 다니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는데 이제는 부끄러워 회사이름을 대기조차 창피하다』고 푸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충격은 유니언 카바이드사만이 아니라 미국업계 전체에도 번져 나가고 있다.
특히 미국의 화학업계는 지난 5월 에이전트 오린지(베트남 전쟁에서 사용된 고엽제) 소송으로 원고단(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베트남 귀환병과 그 가족)과의 화해에 굴복한 일도 있어 이번 사건에 대해 또 한번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월가에서는『경영상 문제가 없다』는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유니언 카바이드사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멜빈·베리」씨 등 5명의 미국인 변호사는 인도의 피해자들을 대신해 1백56억 달러 (약12조3천억원)의 지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액수는 유니언 카바이드사 총 자산의 1·5배나 되는 규모다. 현재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재무상황은 그리 나쁜 평은 아니나 미국에서의 집단소송에 패하는 경우 위기에 직면할 것은 분명한 일이다. 더구나 유니언 카바이드사가 파산하더라도 그 엄청난 규모의 화학 설비를 사줄 상대가 있겠느냐는 견해도 있어 유니언 카바이드사는 그야말로 서지도 앉지도 못할 딱한 운명에 놓여있다.
여기에 한몫을 노린 미국의 변호사들은 유니언 카바이드사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고『보상금을 받지 못하면 변호사 비용도 받지 않겠다』며 피해자 가족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이번 사고는 또 해외에 있는 자회사의 사고에 대해 모 회사가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데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화학공장의 안전관리에 어느 정도의 기준을 적용해야 하느냐는 법률적인 논쟁도 야기 시키고 있다.
특히 다국적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경우 현지의 자본가들이 미국의 안전기준을 지키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상 이번과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본 경제신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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