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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태호, 연평해전 전사자 억울함 강조하려다 "개죽음" 비유로 논란

중앙일보

입력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제2연평해전의 전사자가 교전수칙 때문에 손도 못쓰고 산화한 것을 “개죽음”에 비유해 논란을 빚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평택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새누리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제2연평해전을 거론하며 당시 상황을 “국가도 아니었다”고 묘사했다. 제2연평해전 13주년을 맞은 이날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김 최고위원은 “이상한 전투수칙 때문에 무방비로 북한의 기습공격에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저 어머님, 어머님 외치면서 돌아가신 우리 아들들 참 기가 찰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그러고는 “정말 이런 일이 있으면 이제 사자처럼 용맹하게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잘못 건드리면 백배·천배 더 응분의 대가를 각오해야 할 정도로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다시 우리 아들·딸들이 이런 개죽음을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말로는 평화를 위해서, 조국을 위해서, 하지만 나라가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면 나라도 아니다”라고 비판하면서다. 억울한 죽음을 강조하려다 “개죽음”이라는 표현을 쓴 게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허영일 부대변인은 “전사 장병들에 대해 ‘개죽음’이라 표현한 것은 국가관이 의심스러운 발언”이라며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가 산화한 6명 장병의 전사는 값진 희생이고, 애국의 상징으로 존경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고는 “연평해전 전사 장병들을 모독하고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라며 대국민 사죄를 촉구했다.

2002년 6월 29일 당시 우리 해군은 북방한계선(NLL) 남쪽의 연평도 근처에서 북한 경비정의 기습적인 공격에 맞서 싸워 30여명의 적군을 사살하고 기관포로 무장한 북한 초계정 ‘등산곶 684호’를 반파시키는 전공을 올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참수리 357호’ 고속정에 타고 있던 우리 해군 6명(고 윤영하 소령, 고 한상국·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 고 박동혁 병장)은 선제공격을 하지 말라는 교전수칙을 지키려다 북한의 기습공격에 희생당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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