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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 되돌릴 수 없게 폐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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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4일 오전(현지 시간) 열린 미 하원 국제관계위 소위원회는 북한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의 비(非)핵확산 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소위에서 의원들은 앞다퉈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따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존 볼턴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은 북한에 대한 봉쇄와 제재가 미국의 전략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사라질 경우 한반도가 (남한 주도로) 통일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관심을 끌었다. 다음은 토론 요약.

▶존 볼턴 차관=지난달 31일 폴란드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에 대처하는 새로운 구상을 밝혔다. 바다.하늘.육지에서 대량살상무기가 거래되는 것을 봉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가까운 우방들과 협조해야 한다. 우리는 대량살상무기가 미국의 해안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적의 수중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최대한 국제적 협조관계를 확대할 것이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는 것만이 아니다.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거나 혹은 가까운 시기에 그걸 가지려는 불량국가들과 테러리스트 그룹들로부터 그런 무기를 회수하고 폐기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협박에 굴복땐 다른 나라도 동요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책이 기본이지만 부시 대통령이 언급했듯 (군사행동 등)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그걸 배제하는 것은 핵 확산 국가들에 피난처를 제공할 뿐이다. 북한의 핵 야망은 지역과 국제안보에 중요한 위협이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입증이 가능하고, 다시 되돌릴 수 없게 폐기해야만 한다. 유인책은 없다. 협박에 굴복하면 북한뿐 아니라 핵을 갖고 싶어하는 다른 나라들을 부추길 뿐이다.

전통적인 외교 노력에 덧붙여 제재와 응징은 핵 확산을 막기 위한 중요한 도구다. 제재를 가하거나 제재를 한다고 위협하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에드워드 로이스(공화)의원=핵과 생물.화학물질을 탑재한 것으로 보이는 선박과 비행기를 차단하겠다는 개념은 새롭다. 북한은 미사일을 팔아서 핵 개발을 하고 있으니 북한의 마약을 실은 선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북한 선박들에 대해 더 강력하게 나가기 위해 호주나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가.

北 자금 막아도 주민엔 영향 없어

▶볼턴=북한은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지탱할 자금을 얻고, 지배 엘리트를 지탱하기 위해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나 마약을 판매하고 일본 등에서 유사 불법행위(빠찡꼬)를 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이 자금을 획득하는 이 세 가지 방법 모두를 봉쇄하고, 북한 독재자에게 자금이 들어가는 걸 막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북한에 자금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도 비참하게 사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 자금은 북한 주민들이 아니라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과 김정일 일파가 북한을 지배하는 데 쓰여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재를 통해) 대량살상무기의 북한 외부 유출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 정권 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엘리엇 엥겔(민주)의원=나는 어제 북한에서 돌아왔다. 북한은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벽화.초상화.포스터가 널린 끔찍한 스탈린식 국가다. 하지만 나는 미국이 북한을 포용(engage)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호전적인 용어를 쓴다. 그것은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는 있어도 진지한 대화에는 안좋다. 나는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체제보장만 받으면 핵 프로그램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볼턴=부시 대통령은 평화적 해결을 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부시 대통령이 폴란드에서 밝힌 것(제재)도 평화적 해결에 포함된다.

▶크리스 벨(민주)의원=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는 의심만 샀는데 부시 행정부는 전쟁을 했다. 하지만 북한은 플루토늄을 갖고 있고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게다가 일본 해상에 대포동미사일도 발사했다. 파키스탄에는 노동미사일을 판매했다. 그런 북한에 대해 미국은 외교적 해결을 한다고 한다. 이건 결국 불량국가들한테 하루빨리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는 게 훨씬 이익이 된다고 밝히는 꼴이 아닌가.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의심받으면 공격받고, 갖고 있으면 대화로 해결한다는 것 아닌가. 예방적 선제공격(preemption)이 앞뒤가 안맞게 적용되는 것 아닌가.

中, 베이징 회담후 자세 변화

▶볼턴=그렇지 않다. 이라크는 지난 12년간이나 유엔의 결의를 어겨왔다. 북한에 대해서는 부시 대통령이 평화적 해결을 한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군사력 사용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제재와 봉쇄가 핵 물질이나 핵 기술이 대량살상무기를 구하려는 나라들에 전달되는 걸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의 화살통 속에 있는 새롭고 중요한 화살이다.

▶브래드 셔먼(민주)의원=중국이 북한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걸 포기해도 미국은 중국과 무역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 아닌가.

▶볼턴=중국은 이미 마음을 바꿨다. 베이징 회담은 이런 변화를 보여준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핵을 가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선 한반도가 통일이 되지 않게 하면서 동시에 북한이 핵을 갖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원한다. 중국은 북한 에너지의 80~90%를 지원하고 있고, 우리는 그걸 지렛대로 이용하라고 얘기했다. 얼마 전 중국이 기술적 이유를 들어 북한에 대한 지원을 며칠간 중지했던 것은 일종의 신호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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